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런데 나보고 선생님이란다. 작가님 맞냐는 전화는 받아 봤지만,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었다.
"OOO 학원이에요. 혹시 내일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나 싶어서요."
아! 알바몬에서 보고 동네 학원가에 있는 학원에 직접 가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왔었다. 그런데 그 학원에서 면접 요청으로 전화를 걸어 주신 거다. 너무 반가웠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편이고 작가일 외에 유일하게 몇 년 일 해본 곳이 학원이었다. 낯설지 않아서 학원 업무라면 편하고 즐겁게 출근하고 싶은 곳이다.
"네, 당연히 됩니다."
면접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학원 안으로 조심히 들어 갔는데 따로 사무실 공간은 없는 듯 했다. 면접관인 원장님은 10분 정도 늦는다고 전화가 왔다고 하기에 기다렸다.
원장님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열정적이고 자존감과 자부심이 놓은 분 같았다.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서도 자신의 철학이 확실하시고 철저한 마인드와 전문적 소양도 갖고 계신 분이었다.
면접은 조금 부산스럽긴 했다. 따로 조용한 사무실 공간이나 휴계실 공간에서 면접을 보는 게 아니었기에 좀 산만했다. 그런 면접은 여태 살면서 처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다음 날, 오후 2시가 넘어 그 학원으로 다시 갔다. 면접을 다 보고 나서 바로 일 체험을 해 보고 가겠냐 하셨는데 옷차림도 불편했고, 깁스를 한 아들이 집에 혼자 있어 당장 바로는 좀 곤란하다고 말씀 드리고 집에 왔었다. 그러면 바로 다음 날, 학원에 와서 3시간만 해 보라고 해서 체험 출근으로 간 거였다.
들어 가자마자 선생님들께 먼저 인사를 했다. 그리고 뭐 도와 드릴 거 있냐고 물었지만 별 거 할 게 없다며 뭘 해야 하는지 가르처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면접 보고 일 체험을 왔는데 일 체험 지도를 해 주는 담당자도 없었다. 일 체험해 보러 오라고 한 원장은 전화도 안 받았다.
나는 눈치껏 해야 하나 싶어서 아이들이 오는 대로 먼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해 보고, 아이들 옷 갈아 입느 것도 도와 주고, 스쿨 케어 선생님들께 궁금함을 간간이 물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몇 차례 또 강사 선생님들께 "뭘 도와 드리면 될까요? 뭐 도와 드릴 거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다들 특별히 하실 게 없다고만 해서 너무 뻘쭘했다.
도대체 일 체험을 왜 하러 오라고 부른거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2시간이 다돼 갈 때 쯤에서야 알았다. 나 말고 일 체험 하러 오신 분이 한 분 더 있다는 걸 말이다. 그 분은 나보다 1시간 전에 오셔서 상담직 일을 하고 있는 전임 상담 선생님과 나름 붙어서 얘기를 듣고 있었던 듯 하다.
순간 뻘쭘한 걸 떠나 좀 기분이 나쁘긴 했다. 사람 둘을 불러 놓고 한 명은 상담 선생님이 그래도 옆에 두고 일 체험을 하고 있고, 나는 담당자도 없이 그저 뻘쭘하게 혼자 물과 기름처럼 멤돌기만 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일 체험 시간이 끝나는 한 시간 전에야 강사 선생님 한 분이 잠시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하고 오셨다. 그러더니 전임 상담 선생님께 나도 같이 상담일 하는 거 보게 해야 할 거 같다고 언질해 주셨다. 그제야 나는 전임 상담 선생님 옆에서 상담실에서 쓰는 관리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결혼 전에 다니던 학원에서 쓰던 프로그램과 많이 비슷했다. 속으로 금새 메뉴얼은 익숙해지겠네 싶었다.
다른 상담 업무에 대한 얘기도 그제서야 설명을 듣고, 중간 중간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그렇게 3시간 가까이 일 체험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 왔다.
면접을 보고, 학원 일 체험해 보래서 갔는데 담당자 하나 없이 뻘쭘하게 있다가 온 적은 처음인 거 같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왔는데 원장은 전화 한 통이 없었다. 아닌가 보다 싶으면서도 기분이 좀 나빴던 건 어쩔수 없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