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으면, 그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버티는 힘이다.
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를 혼자서 꼭 붙들고 살았다.
아니, 살았다기 보다
버티고 버텼다.
나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고,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나는 아들이 아닌 딸이지만
아들 보다 더 잘해낼 수 있다고,
혼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나를
꼭 빛나게 해 줄 강한 은인이 분명
나의 옆으로 와 줄 거라고,
나를 빛나게 해 주고
내 길을 나란히 걸어가 줄 거라고,
세상 물정 몰라도 일단 부딪히고 겪다 보면
내가 인정 받고 노력한 만큼
나는 당당히 웃으며 멋지게 홈런을 칠 거라고,
지금은 통장에 몇 백도 겨우 갖고 있는
빈털털이 엄마지만
내가 버티고 지키려고 애쓰는 만큼
온 우주가 나와 내 아이를 도울 거라고,
무너질 거 같고 울고 싶어도
결국은 찾아온 봄을 보며
나는 활짝 피어날 거고 그 피어난 모습으로
하늘을 담을 거라고.
사람이 살다 보면 한 순간, 한 순간,
그냥 믿고 싶다.
내가 주저 앉지 않기 위해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가 비참해지는 게 싫어서
나도 소중하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증명하고 싶어서일 거다.
골드 빛으로 내 앞에 놓여진,
커피 잔 속 그 골드빛 위에 그려진 꽃처럼
나는 인생이라는 한 가운데서
그 커피 잔 안의 골드빛으로 감싸여진 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도 가져야
쉽지 않은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버티고 버틸 수 있어서다.
작가일 할 때 보험사에서 일하는 분이 30억 짜리 수표의 복사본을 주신 적이 있다. 선명한 컬러 인쇄로 복사해 코팅까지 해서 주셨었다.
"착하고 예쁘신 오작가가 꼭 이 30억을 버는 작가가 되라고, 나 아는 회장님이 은행에서 막 인출해 오신 수표를 복사해 왔지."
응원해 주시며 환하게 웃어 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갑에 항상 넣어 갖고 다녔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어디로 없어진 건지 내가 갖고 있지를 않다.
스레드에서 어느 분이 일 조원 수표를 처음 봐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올리신 걸 보고 그 기억이 났다.
처음이었다. 내가 작가로 잘 되길 바라며 누군가 그렇게 소중하고 큰 마음으로 응원의 선물을 주신 게.
가족들은 내가 작가일 하는 걸 창피해 했고, 친구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며 인정 받을 수 있는 애가 티도 안 나고 성공도 보장 못하는 작가 일은 왜 하냐고 계속 말렸었다. 남동생도 술 마시고 전화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가 그러더라, 네 누나가 한 번 시작함 끝을 보는 애라 작가 일만 안 했음 벌써 승진하고 성공 했을 거라고. 왜 힘든 길을 가. 티도 안 나게. 빨리 빠져 나와."
그래서 더 너무 외롭고 힘들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될 거라고, 나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거라며, 혼자서 내 자신을 꽉 붙들고 독하게 버텼던 거 같다.
지금도 솔직히 엄마라는 책임감이 더 짊어진 상태로 나는 멋진 여자, 능력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지도 모른다. 로또는 아무나 되니, 여태 안 된게 이제서야 되겠어, 집값이 얼만데 이제와 집 살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열심히라도 살아, 그냥 소소하게 아끼며 지금 월세라도 잘 유지할 수 있을 생각으로 살면 돼, 돈 안 되는 글 쓰지 말고 한 푼이라도 돈 벌 생각해야지...
그러고 보면 희망이란 게 철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때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제 내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어서 있다. 주변에서는 뜬 구름 잡거나 생각지도 못한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는 나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뼈 때리는 충고들로 나를 걱정해주고, 내가 버티기만이라도 잘 해 주길 응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20대이고 싶은가 보다. 나도 두렵고 불확실한 인생의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하지만 아직도 믿고 싶다. 나는 이재라도 잘 될 거라고, 이제껏 버티며 묵묵히 쌓아 온 것들이 절대 나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건 다 하늘의 뜻이 있는 걸 거라고, 그렇게라도 믿고 믿어야 버티고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거 같다.
어차피 확실한 건 하나도 없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보자. 내가 믿는 내 모습이 이제 곧 반드시 이루어질 거란 믿음이라도 붙들고, 어깨 당당히 펴고 걸어가자.
나는 믿고 싶은 걸 믿으며 나를 꼭 붙들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 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