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잊을만하면 받는 질문이다. 이제 막 11월, 아직 23년이 2달이나 남은 시점이지만 학원가는 24년 입학을 위한 레벨테스트로 바쁘다. '7세 고시'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초등학교 때 수준 높은 학원을 보내기 위해 7살 때부터 준비하는 것을 고시에 빗대어 생겨난 신조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대형학원 최상위 반을 들어가지 못하면 점차 진도 격차가 벌어져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최상위 TOP반에 들어가기 위해 7살부터 아이들은 바쁘다. 실제로 레벨테스트를 준비해 주는 학원까지 성행하고 있다. 레벨테스트에 합격한 아이는 우수한 아이라는 공인된(?) 인정을 받는 셈이지만, 레벨테스트에서 떨어진 아이는 내 돈을 내도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친한 친구들 간에도 성적으로 줄 세워 평가받는 경험, 7살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길일까?
아이들 어려서부터 교육열이라면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기로 유명했던지라 당연히 나도 레벨테스트를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첫째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에 왜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원하지 않아서였다.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물론 부담이 되었었지만, 아이가 원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보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았고, 나도 굳이 영어유치원을 고집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루종일 조잘조잘 떠드는 게 낙인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에서 'No Korean!'의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난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현지 나의 첫째 아이는 영어 영상이 휴식이 되는 아이로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시절 6년간 학원 강사, 수학 과외선생 생활을 하며 선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선행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독이 든 성배 같을지도 모른다. 실제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너 몇 년 선행해? 나는 1년!", "나는 2년! 내가 이겼다!" 하는 선행 배틀이 유행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1~2년 선행한다는 아이들에게 현행 문제를 물어봤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저 모래 위에 누가 더 높은 성을 쌓는지 경쟁하는 꼴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알고 있다는 착각. 이것은 공부하는 데에 있어 정말 위험한 요소이다. 지금 배우는 내용을 제대로 아는 것! 수학에서는 탄탄한 현행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요즘 우리 집에서는 문제 내고 설명해 주는 놀이가 유행이다. 처음에는 두 수의 덧셈에서 시작했는데, 세 수의 덧셈, 네 수의 덧셈으로 확장 중이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내고 어떻게 푸는지 설명해 주는 놀이이다. 어른들이 보면 이건 누가 봐도 그냥 연산학습 같은데 아이는 이걸 놀이로 인식한다. 엄마 아빠가 와서 자기의 설명을 들어주길 기대하고 또 다른 풀이법을 알려주기 위해 고민한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확장하는 '놀이'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반복되면 개념이 잡히고, 속도는 따라온다. 덧셈, 뺄셈이 탄탄하면 곱셈, 나눗셈이 어렵지 않다. 곱셈, 나눗셈이 탄탄해야 분수, 소수 연산이 가능하다. 어린 유아에게 곱셈, 나눗셈을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아이와 공부하는 방법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가능하니, 궁금하다면 인스타를 참고하길 바란다.
7세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아이는 TOP반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으며 앞서 나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전에 나의 아이를 한번 돌이켜보길 바란다. 정말 나의 아이가 그렇게 우수한 아이인지. 옆에 친구가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저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교육 유튜버 중에 콩나물샘을 추천하고 싶다.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