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으로 전공의 의미를 찾아보기 / 환경학과라는 전공
“무엇을 공부하니?”
청소년기를 벗어나 대학생이 되면 가장 확실하게 신분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게 되는 질문이다.
나는 이 물음이 “대학생”이 된 것에 대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중고등 학생은 어른들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저런 질문을 받지 않는다. 그저 “공부는 잘 하고 있지?” 와 같은 질문만을 받을 뿐이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 통념상 입시를 위함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기존의 가공된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처음 선택하고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학생이라는 위치를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공부를 한다는 행위보다는 어떤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관심을 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생 신분의 종지점을 마주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그동안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생각에 자주 빠지고는 한다. 졸업준비의 압박으로 여태껏 남겨놓은 업적에 대해 되돌아보게 될 때도 있지만, 이 질문은 보통 세속적인 것을 뒤로한 채 순수한 물음에서 나는 대학생으로서 잘 살아왔을까? 하는 경우가 더 반갑다. 그렇게 돌아오다 보면 매 학기마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첫 인사와 함께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비슷한 질문 항상 주고받았다.
“전공이 무엇이니?”
이 질문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어학연수를 갔을 적 에도 또,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 에게 서도 “What are you studying?”을 듣는다. 심지어 잠깐 대학신분을 내려놓고 군인이 되었을 때도 그 안에서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아봤다. 질문은 매번 같았지만, 학기가 거듭나면서 내 답변은 늘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학년의 나는 그저 환경학과라는 주 전공 하나뿐이었고, 순수하게 과학이 재밌어서 환경학과에 입학했다고 대답했다. 2학년 때 까지도 내 전공은 하나였지만 1년동안 전공원서 몇 번 읽어봤다며 환경학은 앞으로 꼭 필요한 학문으로서 나는 실용적인 과학을 배우고 있다고 으스댔다.
이 질문이 깊어지기 시작한 때는 이중전공을 신청하던 시기 부터였다. 동기들은 취업을 고려하며 이력서에 넣고 싶은 학과를 찾아 이중전공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나는 당시에 취업이라는 선택지를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남들처럼 어느 학과가 좋다더라 하는 말을 듣고 기계적으로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무슨 전공을 선택하지...?
분명 대학 입시원서를 넣으면서 전공을 선택해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단지 내 성적과 얕은 경험들에 맞추어 지원했던 그 때와 비교해서는 주변상황도 그리고 당시 나의 생각의 넓이도 확연히 다른 환경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전공을 왜 배우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입시준비를 위해 생활기록부에 채워온 나의 경험들이 공교롭게도 환경학과 커리큘럼에 비슷하게 들어 맞았던 것이고, 그렇게 입학해보니 나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내 관심분야는 환경학인가 보다 하며 체화 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가지게 된 전공이었기에 수업도 자율 선택이라지만 사실상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강신청 해서 들어야 했던 이 수동적인 대학생활이 어느 순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중전공만큼은 내가 능동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줄 학과를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 때부터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