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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Feb 24. 2024

손흥민과 꼰대 문화

손흥민 선수의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로 알려진 춘천 '인필드'에 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넘은 평일 월요일이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손흥민 축구교실을 이용하는 부모님들과 지인들이 기다리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만들었다는데 이제는 춘천의 관광지로써 역할도 충분히 하는 듯하다. 나도 양양을 다녀오다 최근에 아시안컵이 끝나고 손흥민 선수에 대한 인성이 재조명되면서 더욱 팬이 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팬심순례'의 마음으로 왔다. 카페 크기가 작지는 않지만 주말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평일에 이렇게 와서 간단한 음료와 빵, 그리고 잠시나마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테이블이 확보되어 기분이 더 좋다. 동해를 찍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무리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필드 카페는 작년 5월에 오픈되었지만 내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박지성 선수부터 국내 톱클래스 선수의 해외 경기를 찾아보긴 하지만 이 카페까지 올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아시안컵이 종료되고 손흥민 선수의 과거 발언 등이 알려지면서 손흥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더 커졌고 이제는 마음속 1등 축구 선수가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원래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더욱 팬이 된 것이 최근 논란에 대한 반대급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시안컵 사건이 단순히 스포츠 팬이나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의 논란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는 특정 선수들의 잘잘못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중립 기어를 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 손흥민 사건을 두고 리더십과 꼰대 문화에 대해서는 새삼 재평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제는 최근이라는 말도 무색하지만, 어쨌든 최근 꼰대 문화에 대한 비판과 조롱, 풍자가 만연하다. 나도 소위 꼰대 문화라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어른이라고, 나이가 더 많다고 모든 것을 아는 듯이 말하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는 응당 바뀌어야 마땅하다. 먼저 경험했다고 모든 것을 더 알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후배와 어린 친구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을 수가 있다. 손흥민 선수가 비록 나보다 많이 어리지만 자기 일에 임하는 태도나 조직 생활, 캡틴으로서의 자세 등을 보면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문제는 최근의 일련의 흐름이 '리더십'이라는 것에 부정적 시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꼰대 문화의 조롱이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먼저 권위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반면에 권위주의는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종적 지배관계'를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인정을 받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권위는 권위주의이고 일종의 폭력이 되는 것이다.

즉 올바른 리더십을 위해서는 권위는 필요하다.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리더십은 사라지고 조직은 와해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권위를 내세우면 권위주의로 폄하한다. 상사가 후배에게 쓴소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 디폴트 값이 되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다면평가에서 안 좋게 평가당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굳이 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을 위한 이야기이지만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진심은 통한다고? 어쩔 때는 사람은 성악설이 맞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새의 MZ문화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을 하다 보면 업무 분장에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사무실에 전화가 왔을 때 동료가 부재이면 누군가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앞에 있는 사람이 닫힘 버튼을 눌러야 하고, 식당에 가면 물통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물을 따르는 것이 매너이다. 하지만 이 매너 자체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꼰대 문화라는 것으로 변질됐고, 그러한 것을 하지 않는 게 MZ 문화로 왜곡되었다. 그것을 지시할 수는 없다. 업무 분장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유 시간에 무언가를 지시할 수 없다. 요새는 휴가를 쓸 때도 무슨 일 때문에 사용하는 것인지도 묻지 말라고 한다. 맞다고 생각은 하나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음날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이유 정도는 물을 수 있고 휴가를 하루 정도 미룰 수 없냐고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휴식 시간에 탁구를 칠 수도, 잠을 잘 수도, 게임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날에는 비록 쉬는 시간이지만 파이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리더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좋아지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는 우리에 대해 잣대를 항상 높이 설정한다. 그래서 현재를 만족하지 않고 발전과 성장을 갈구한다. 그래서 지금의 현상도 정반합의 논리처럼 더욱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권위주의 사회여서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강했고 그것을 중화시키는 과정에서 지금의 문화가 정착했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쏠리면 기울어지기 마련이기에 이제 다시 그 중간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되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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