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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Mar 24. 2024

몰입은 과학이다

초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네

1. 영화관에 앉아 있기도 힘들어
2. 몰입했을 때의 행복감


1. 영화관에 앉아 있기도 힘들어

얼마 전에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하나 그리고 둘> 이라는 대만 영화를 봤다. 20년이 훌쩍 넘은 2000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당시에 칸 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양이라고 대만을 대표하는 감독의 유작인데 상영시간이 3시간(173분)에 육박한다. 우리의 일상과 우리가 놓치는 삶, 또는 개인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라고 난 생각했다) 너무 재밌게 봤고 돌이켜보니 지금도 여운이 남으며 인생작 중 하나라 꼽고 싶다. 문제는 내가 이 영화를 소개팅녀와 봤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게 긴 영화를 영화관에서 정말 오랜만에 봤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는 한 달에 20편도 극장에 혼자 가서 관람하고 올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발길이 툭 끊겼다. 데이트면 모를까 혼자는 잘 안 가게 됐다. 그냥 집에서 소파에 앉아 혹은 누워서 보는 게 더 편했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 여느 예술 영화답게 흥미로웠지만 단조로운,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전개가 느렸다. 앉아 있는 게 너무 불편했다. '좀이 쑤시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싶었다. 옆에 소개팅녀가 있는데 몸을 크게 움직일 수도 없어서 더욱 압박감이 왔다. 집에서였으면 잠시 멈춰놓고 물 한잔 마시거나, 핸드폰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사실 정말로 내가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고 싶은 것도 아니고 딱히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그냥 집중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와, 내가 3시간짜리 영화를 이렇게 힘들어했나'하고 놀랐다. 그래도 영화관이라는 공간과 소개팅녀와 함께한 강압(?)이 나를 그 자리에 붙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그 이후 2시간은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영화를 봤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너무 괜찮은 영화이며 큰 파도가 아닌 미세한 울림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녀의 제안으로 본 영화인데 비록 그녀와는 잘되지 않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내게 남아 그날의 시간과 기억이 내게 너무 좋았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그녀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들도 좋았다. 10시간을 넘게 같이 있었으니 소개팅 치고는 정말 오랜 시간을 같이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날의 시간은 내게 너무 짧게 다가왔고 그 당시에는 그 10시간도 아쉬웠다.


2. 몰입했을 때의 행복감

<몰입은 과학이다>라는 이 책을 읽으며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나 많이 활용한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니 최근에 그날만큼 몰입된 날도 없는 것 같아서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영화의 중간 부분 정도 되었을 때 나는 초집중을 하고 있었으며, 그녀와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도 계속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행복감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보면 몰입했을 때의 장점이 여럿 나오는데 그중에 행복감이 궁극적인 목표다. 굳이 책을 통해 확인하지 않아도 우린 안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하거나, 피규어 조립을 하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할 때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기지개를 쭉- 하며 느낀다. 뿌듯함을.

책의 초반에 나오는데 몰입이라고 하는 것은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된 것과 같은 과집중과는 다르다. 이러한 행위와 몰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심리적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과집중은 본인이 원해서도 아니고 도파민의 중독 속에 시간을 상실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순수 우리 의지에 따른 집중을 말하며 그 정도의 단계를 올려 초집중, 그리고 몰입을 단계를 안내한다. 주변에서 평소에 '아, 요새 집중이 왜 이렇게 안되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들 스스로도 몰입을 하고 싶고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아는데 그것이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리 주변에 방해꾼들이 너무 많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이 몰입으로 들어가는 단계를 툭툭 끊으며 방해한다. 보고서를 하나 쓰려고 해도 갑작스러운 동료의 메신저 창에 눈이 돌아가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다. 이 책은 몰입이 우연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 노력과 프로세스를 통해서 몰입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하며 그 방법들을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재밌게 봤으며 특히 멀티태스킹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노 태스킹에 익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들이 많이 와닿았다. 디지털 디톡스를 추천하는 부분들도 있다. 오늘부터 몰입이 더 됐으면 좋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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