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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Feb 14. 2024

날씬한 그녀들의 속사정

# 같은 듯 너무나 달랐던 우리

"오늘부터 내 저녁."

J에게 온 카톡을 확인하니, 사진 속에는 과색이 짙고 실해 보이는 어여쁜 오이들이 가지런히  박스 안에 놓여있다. 플라잉 요가와 자전거로 출산 몸무게를 드디어 마주할 있던 그녀는 조금 방심하자 금방 3kg가 쪘다며 저녁을 오이로 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와 스펙(키 & 몸무게)이 비슷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체중을 중요시하는 점도 매우 닮아있는 그녀는 나의 유지 메이트(mate)이기도 하다. 외로운 유지어터 생활에 동지가 있다는 건 참으로 의지가 되는 고마운 상황이다. 그녀의 다이어트가 한창일 때, 우리는 수시로 운동과 식단에 대해 논하며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청록색의 오이들을 보며, J에게 물었다.

"오이만 먹으면 배고프지 않아? 저렇게 먹으면 밤 10시에 결국 터지던데."

"음식이 눈앞에 없으면 괜찮아, 저녁 먹고 싹 치우면 그 이후에는 내가 따로 차려 먹지도 않고, 또 먹고 싶지도 않아서."


또 먹고 싶지도 않아서, 라니... 그렇다.

장염에 걸려도 식욕은 살아있는, 먹기 위해 운동하는,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든 뚝딱 만들어 내는, 밥배와 디저트배는 당연히 따로 있는 나와 달리, 바로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먹지 않는, 디저트류에는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어 꾸덕한 치즈 케이크나 생크림 가득한 도넛이 집에 있어도 손대지 않는, 신경 쓸 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맛도 같이 사라진다는, 그녀는 전형적인 밥파(派)에 식탐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식성이 다른 줄은 알았지만 여행을 가면 술이든 안주든 식탁 위에 음식들을 한 그릇 가득 복스럽게 잘 먹어 J가 식욕과 식탐이 없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녀를 안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충격이었다. 음식에 관심이 없다니, 그냥 있으니 먹는 거 뿐이라니... 그리고 그녀는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했다. 단지 저녁은 남편과 아이와 함께이니 같이 먹을 뿐, 배가 고프거나 먹고 싶어서 먹는 건 아니라고도 언급했는데, J의 이 마지막 문장은 두고두고 나의 마음 한 켠을 일렁이게 했다. 우리는 정말 너무나 다른 인류였다. 




# 내 사랑 와인도, 와인에 딱인 짭조름한 육포도 끊어보겠어, 이번에는 꼭!

눈에 염증에 생겨 침침하고 뻑뻑하고 시린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에도,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눈앞의 와인과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라는 그녀. 이렇게 와인과 맥주를 사랑하는 C가 몸에 어떤 염증도 없이 깨끗한 상태였을 때에도 술과 안주를 단칼에, 그것도 몇 달 동안 끊었던 적이 있다. 동료들과의 다이어트 내기를 하던 기간이었다. 1등에게는 상금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벌금이 있던 이 내기에 그녀는 엄청난 동기부여를 받았고, 반주가 일상이던 그녀의 저녁을 술잔 없는 식탁으로, 숨쉬기 운동뿐이었던 하루를 필라테스와 따릉이로 탈바꿈하였다. 그녀가 얼마나 한 잔을 즐기고 사랑하는지 알기에, 이번 다이어트 내기에서 꼭 승리를 하기를 옆에서 열렬히 응원해 왔다. 비록 1등은 15kg를 감량한 동료가 거머쥐었지만 이 기간 동안 그녀는 4kg나 감량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 후 몇 달이 채 지나지 않던 어느 날, C는 몸무게가 금세 돌아왔다는 비보와 함께 헛헛한 마음에 한 잔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주었다. 오늘도, 여전히 그녀는 다이어트 중이다.  




# 이렇게까지 진심이라고? 강력한 자극제인 그녀    

한 줌 허리, 굴곡하나 없이 길고 쭉 뻗은 다리, 머리를 말리다 전면 거울에서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오목거울로 내 몸만 비추는 줄 알았다. 너무나 부하고 팽창되어 보여서. 가녀리고 마른듯한 몸을 선호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취향에 딱 들어맞는 체형의 소유자 A였다. '와 저 몸은 타고난 거다, 식탐도 없을 것 같고, 많이 먹어도 살 하나 안 찔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체질을 가졌구나' 라며 혼자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다. 그 후 동선이 비슷해 오고 가며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 역시 매일 관리하는 유지어터였다. 심지어 그녀는 장금이 수준으로 요리를 잘 하지만 본인의 식단 조절은 엄격하게, 살이 찌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 나보다 한 수 아니 적어도 세 수위의 전문가였다. 운동 영역에서도 유산소부터 근력까지 그녀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세상에 거저 되는 건 없다는, 모든 노력은 쓸모가 있다는 진리들이 스쳐지나갔다. 저렇게 날씬하고 말랐어도, 아니 매일 식단, 운동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저 체형을 유지할 수 있는 거구나...

유지어터 생활의 고단함과 힘겨움이 몰려올 때면 가끔씩 그녀를 떠올린다.






다이어트와 체형, 운동, 식단에서 완전히 자유롭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어느 장소든, 어떤 모임이든 살과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핫하다. 특히 대사량의 감소가 날로 체감되는 마흔 이후, 나 자신 이외에도 챙길 존재가 한가득인 엄마들의 삶에서 건강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인 세팅이 절실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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