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라 충분히 걸을 만한 온도였다.
늘 지나던 동네인데 걷기 여행이라 생각하니 다른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같은 곳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새롭다, 그리고 좋다. 걷다 보니 택시에서만 보던 큰 사거리에 다다랐다. 차들이 갑자기 늘어난 데다 속도도 빨라 일단 멈춰 서서 길을 건널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다. 휴, 미션 클리어. 자신감은 다시 충전되었다. 치앙마이 골목골목을 걸으며 불교용품을 파는 상점, 로컬 음식점, 힙한 카페들, 일하는 사람들을 지나쳤고 마음에 들어오는 곳들의 사진을 찍었다.
예상치 못한 고비를 맞았다.
중형 사이즈의 개 두 마리가 나타났다. 인도 폭이 좁아 그 옆으로 지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개들 옆을 지나갈 용기는 없었다. 개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후진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덥지 않았는데 후끈거렸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자 개들은 좌우를 살피며 달리는 차들을 뚫고 유유히 길을 건너갔다. 얼마나 많이 해봤는지 굉장히 노련하고 숙련된 모습이었다.
걷다 보니 Chiang Mai Railway Station Park가 보였다. 들어가니 조깅을 하거나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트랙을 따라 걷다 옆에 있던 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금발의 온화한 미소를 가진 영국 할머니는 치앙마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런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예요. 런던에서 지냈던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 하나예요." 하자 할머니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곳이죠, 라며 웃으셨다. 오전의 싱그러움과 따스한 햇볕 아래 할머니와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머니는 치앙마이에는 여행으로 온 건지, 얼마나 있는지 물으셨다. 한 달 살기 중이며, 아이들은 태국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하자, 아까 나를 봤을 때 학생인 줄 알았다며 그렇게 큰 아이들이 있냐며 굉장히 놀라시는 게 아닌가? "You are so beautiful darling.!!"
몇십 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최근 은퇴를 한 할머니는 당분간은 치앙마이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하시며, 공원 근처에 살아서 참 좋다고, 이어 해외에서 일을 하며 사는 삶의 기쁨과 슬픔도 조금 나눠주셨다.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눈인사로 나누며 시작된 대화 덕분에 기분이 더 말랑말랑해졌다.
핑강 입구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보던 핑강의 색이 예쁜 색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새파랗고 투명한 하늘과 함께 보니 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언제 여길 또 걸어서 오겠어,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합성한 사진처럼 나왔지만 이 또한 소중한 추억이고 기념이니...!!
열악했던 도로 상황도 나아져 걷기에 속도가 붙었다.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거리의 풍경이 시작되었다.
책방에도 들렸다 눈에 들어온 매장에 들어갔다.
인테리어도 굉장히 감각적이었는데 디스플레이며, 작품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눈호강까지 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카오소이를 먹을 시간.
평점이 꽤 높아 방문한 곳이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흠칫했는데 웬걸, 진짜 맛있다. 국물은 거의 안 먹는데 매콤하면서 꼬소하고, 살짝 달큰하면서 걸쭉해 싹싹 비웠다.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는데 마음이 풍요로움과 평온함으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정말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아, 나는 이런 것들에 행복을 느끼고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그런 나를 발견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였다. 멍도 때리고 사람들도 보고 거리도 구경하다 보니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갈 때는 택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