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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31. 2024

오늘도 멱살 캐리? 아니요, 자발적 선택입니다

24년 3월에는

  2월에 충전을 제대로 했나 보다. 3월에는 자꾸 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갔더니 수강 신청을 받고 있었다. 수요일 오전 한국사 수업, 목요일 오전 영어 리딩 수업. 계획표를 바라보면서 갈등했다. 수업을 듣고 싶지만 시간을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신청해,  분명히 들으면 도움이 거야. 아니야, 지금 하고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지. 아, 어떻게 하지. 그렇게 한참 계획표 앞에 서 있었다.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고 저 책도 읽어보고 싶다. 집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여러 권 쌓여 있었다. 빌려가 봤자 펴 보지도 못하고 도서관으로 반납하게 될 것이 뻔했다. 빈손으로 집에 가기가 아쉬웠다. 읽고 싶은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골랐다. 몇 페이지라도 읽겠지. 그러면 된 거지, 뭐. 반납일에 쫓겨 부랴부랴 책을 읽고 있을 모습이 선했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옆에 와서 앉아도, "엄마 지금 바빠서 안 돼. 세이펜으로 읽어. 엄마가 내일 읽어줄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3월을 돌이켜보니 스스로 계획한 것들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초반에는 반짝 의욕이 샘솟았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면, 에잇, 귀찮아. 다른 거 하고 싶다. 하던 대로 하지 뭐.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과제가 있는 것은 달랐다. 정리정돈 수업을 듣고 주방 정리 전후 사진을 보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제출일 밤늦게 메일을 보냈다. 미디어 수업에서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 3개와 릴스 1개를 올리라는 과제가 있었다. 한동안 쉬고 있던 인스타그램에 다시 로그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어쨌든 이틀 동안 게시물과 릴스를 모두 올렸다. 책을 읽을 때는 다음 날 반납하라는 도서관 알림 문자를 받고서야 그날 저녁에 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미리 챙기지 못하고 마감일이 되어서야 급해졌다. 마음은 바빴지만 과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마무리해서 시간 안에 제출했다. 나는 왜 스스로 계획한 것은 지키지 못할까. 역시 강압적인 환경이 있어야 몸을 움직이는 멱살 캐리형 인간인 걸까. 미리 하지 못하고 시간이 닥쳐야 의욕이 생기는 내 모습에 불만이 생겼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전에는 성장메이트 소모임을 한다. 3월에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제가 있어야 겨우 해내는 내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고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건 끌려가는 게 아니고, 자발적 선택이에요.

  순간 머릿속이 반짝했다. 똑같은 상황임에도 '멱살 캐리' 대신 '자발적 선택'이라는 낱말을 사용하니 뉘앙스가 확 달라졌다. 과제에 맞춰 겨우 해내더라도 그것 역시 내가 고민해서 선택하고 신청한 것들이었다. 끌려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나에게 실망스러웠지만,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멋지고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4월에도 새롭게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길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도 중요하다.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으니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겠다. 조금 바쁘고 쫓기는 같더라도 하고 싶은 있으면 일단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대되는 일이 있다는 시간 속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늘은 해볼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 3월을 돌아보고, 4월을 계획하는 질문들

1. 24년 나의 목표는?
  - 꾸준히 읽고 쓰면서 평온한 내가 된다.

2. 3월은 (       )이었다.
 - 3월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캔바 배우기, 치유글쓰기, 정리정돈 강의, 코바늘 뜨기, 감정일기 쓰기, 독서 모임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 일찍 일어나지 못한 아침에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것(나를 수용하기)
 - 제출일까지 과제들을 완료한 것.
 - 책을 열심히 읽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것.
 - 한 달간 꾸준히 감사일기를 쓴 것.
 - 밥의 양을 줄인 것(다이어트)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 중반까지 새벽기상을 하다가 후반부에 늦게 일어났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5. 3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 책을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 것.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것은?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게 되는 것
 - 아이가 학교 생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 것
  (그동안 잘 얘기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스스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를 인정해 주니 조금 변한 것 같다.)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
 - 매일 아침 5분씩 운동을 하고, 5분씩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겠다(할 수 있는 만큼 계획하기)
 - 아이의 말할 때 하던 것을 멈추고 눈을 마주치겠다(아이의 말 경청하기)
 
(질문 출처: 벨류비스 컴퍼니)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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