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역시 사랑처럼 어려워!
사랑처럼 어려운 걸.
열 살 울이는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와 동생에게 화가 나면 거실 한편에 놓인 칠판에 가서 서운한 마음을 다섯 줄 넘게 적어두고, 공책과 수업 곳곳에 생각난 것을 기록한다. 수학 문제집을 풀 때도 마찬가지. 울이와 디딤돌 문제집은 애증 관계다. 잘 풀고 싶은 마음을 가득 하나 문제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가신 서술형 문제가 등장하면 세모눈을 뜨고 입 밖으로 볼멘소리가 새어 나온다. 문제를 읽다가 모르겠으면 심각하게 고민하는 대신 별표를 채우고, "모르겠어요, 힌트 주세요." 글자로 애교를 부리며 스리슬쩍 넘어간다.
아이가 푼 문제집을 매기려고 색연필을 들었다가 웃음이 났다. 분수 문제가 어려웠던지, 별표와 함께 그림을 그려놨다. 작년부터 한창 빠져 있는 그리스로마신화 버전의 그림이다. 수학 문제가 사랑처럼 어렵다니. 너는 벌써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걸까, 아니면 단순히 만화책의 대사를 옮겨 놓은 걸까.
아이의 글에 적힌 '사랑'이라는 말에 괜히 엄마는 설레고 웃음이 난다. 언젠가 불쑥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소개해 줄 텐데, 그때 엄마와 아빠는 조금 서운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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