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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26. 2024

너가 걱정돼

친구의 자살시도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요즘 상태가 안 좋다. 매일,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고, 매일 밤 충동을 못 이겨 자해를 하고, 상담 선생님께 연락을 할까, 109에 전화를 할까, 1388에 전화를 할까, 고민을 하다 겨우 잠에 든다.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데 내 친구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원망스러웠다. 나도 이렇게 겨우 살고 있는데, 너가 죽으려고 하면 나는 어떡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널 자살로 잃고 내가 어떻게 살아. 그리고, 넌 나의 자살시도를 지켜봤으면서 이렇게 주변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인 걸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다.


근데 좀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그 속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살하기 전 그 마음과 감정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 외로움과 비참함, 누가 위로해 줘도 위로가 안된다. 내가 제일 속상하고 힘든데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고, 그래서 죽으려고 했더니 나만 죄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그 삶에 지쳐 또 후회할 걸 알면서 자살을 계획하는 삶. 너무 지겨운 걸 알아서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다.


그 친구는 내가 제일 힘들 때 내 옆을 지켜준 친구였다. 그래서 내가 자해를 한 것도, 내가 세 번의 자살시도를 한 것도, 그 세 번 중 두 번이 약물 과다복용인 것도 다 알고 있는 친구이다. 근데 그 친구의 행동 속에서 과거의 내가 보여서, 내가 그때 괜히 솔직하게 숨김없이 다 말해서 내 우울을 전염시킨 건 아닐까, 내가 자해를 알게 해 주고, 과다복용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날 너무 괴롭게 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약을 몇 백 알씩이나 먹고도 지금 너무 잘 살아가고 있어서, 그때 얼마나 고통스럽고 후회했는지 말을 안 해줘서 자살시도를 해도 괜찮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다 내 잘못 같다. 나 혼자 이겨냈어야 했었나, 내 우울을 나누는 것은 역시 잘못된 거였나, 그래. 역시 내 탓이었어.라고 생각이 드는 밤이다. 걱정이 되니까 화가 난다. 내가 자살시도를 하고 응급실에서 나온 나에게 엄마는 화를 냈었다. 그때는 너무 상처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마음속 흉터로 남아있는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미웠고, 힘들면 말하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이야기하지 않은 너가 용서가 안되고, 너를 잃을뻔한 나에게도 화가 나. 근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너무 속상해.


너가 걱정돼.

너가 소중해서.

괜히 내 탓일까 봐.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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