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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25. 2023

행복했던 나

행복할 줄만 알았던,

*자해,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행복했었다.


학교에서 내 삶의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 점수 만점을 줄 정도였으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살 줄 알았다. 인생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민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겉으로만 공감해 줄 뿐이었다. 내가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고 그 인생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 줄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 채로 계속 최선을 다하며 너무 과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힘들어도 괜찮고, 이 힘든 시간들은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울고 싶어도 참았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끝까지 버텼다. 주변에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가 깊숙이 넣어두고 감춰두면 사라져 버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행복이 우울보다 더 힘이 강했다. 아니 어쩌면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있어 힘겹게 행복하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내 상태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모른 채로 그냥 계속 살았다. 힘들어도 버티며 살면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너무 힘들었다. 예전의 내가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내가 예전의 나와 다르다고 깨닫는 것은 꽤 버거운 일이었다. 내가 변했다는 것을, 내가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예전의 나와 다르다고 느낀 확실한 부분이 있었다. 내 꿈을 생각해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웠다.


나는 진로를 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었다. 확실하지 않은 내 미래가 너무 불안했다. 교실에서 진로희망을 조사하면 나만 ‘없음’으로 적어 냈다. 나만 진로를 정하지 않은 것 같아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 각기 다른 진로 검사를 했고, 진로 관련 영상을 모조리 찾아봤다. 학교에서 하는 진로교육은 모두 형식적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들이 다 잘 때 나는 엄청나게 열심히 들었다.


목표가 없으면 달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로를 정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진로를 정하고도 그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다.


그 불안감이 내 꿈의 날개를 잘라버리고 무거운 돌을 달아놨다.


그렇게 계속해서 불안과 걱정이 반복되는 상황에 놓인 나는 감정과 생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는 것도 내게는 너무 버거웠다. 가끔은 목소리를 낼 힘도, 숨 쉴 힘도 나지 않았다.


천천히 죽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나에게 상처를 내가며 겨우겨우 살아있다는 감정과 생각을 찾으려고 했고 그렇게 어렵게 찾은 생각들도 고작 두 가지뿐이었다.


일단 오늘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오늘은 그래도 살만하니 내일 죽어야겠다는 생각.

그 두 가지뿐이었다.

이 두 가지 생각 밖에 할 수 없다는 나의 상태가 괴롭고 아팠다. 속상하고 미안했다.

내가 자살시도를 하기 한 달 전 나는 정말 이상했다. 아니 내가 아니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으려나. 하루 종일 내가 죽는 상상밖에 하지 않았고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를 포기하려던 그날,

그리고 그날이 오기까지에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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