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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30. 2023

나를 지킬 최선의 방법

내편을 만드는 법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


라고 말하는 것.

나에게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선의 해결 방법이었다. 비록 최고의 해결 방법이 아닐지라도 나에겐 최선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을 힘조차 내기 힘들다. 내가 “나 지금 안 괜찮아”라고 하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질문.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뭐가 힘들었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내가 무슨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내가 힘든지도. 뭐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닌 기분이다. 나도 모르겠는데 대답을 하려니 너무 버겁다. 말할 때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때의 글은 꽤 오래전에 썼던 글이다.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는지도, ‘힘들어’ 한 마디 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을 당시 썼었다. 그렇다고 나 혼자 이 아픔을 이겨내면 아무도 몰라줄까 봐,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아무도 몰라줄까 봐 또 훌훌 털어놓지도 못했다. 나의 ‘힘들어, 도와줘’에는 가시가 붙어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시에 혹여나 남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내 마음속으로 그 말들을 삼키며 스스로 나에게 가시가 푹푹 박히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왜 그랬나 싶다. 그 말에 가시가 붙어있는 건 맞다. 남에게 힘든 일 이야기하는 게 가장 어렵기 때문에. 하지만 그 가시는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랑해진다. 따스한 깃털이 되어 날 안아준다. 날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의 위로와 함께 말이다.


힘든 이야기, 꺼내기 힘든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힘든 이야기를 꺼낸다고 힘든 사람이 두 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었는데 그렇게 생각할수록 가시는 더 날카로워져 이야기하기가 더 힘들다. 내 편이 한 사람 늘어난다고 생각하자.


그럴수록 가시는 더욱 말랑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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