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물욕) (3)
<민음사 티비를 아시나요?(1)> 은 작년의 이야기이다. 작년의 나는 민음북클럽에 가입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던 상태였다. 5만원이라는 돈을 한정된 북클럽 도서 몇 권에 태우는 게 괜히 아깝게 느껴져 밍숭맹숭한 마음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글쎄 민음북클럽이 조기 마감을 했지 뭔가. ‘조기 마감’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이후부터 북클럽의 장점만 눈에 들어와 고통스러웠다. 여기까지 봤다면 그 다음 문장을 유추할 수 있겠지? 그래, 올해는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오픈된 줄 모르고 조금 늦게 가입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 인기 도서를 고르는 바람에 배송 딜레이 문자까지 받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다.
- 혹시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적어보는 내가 선택한 민음북클럽 도서 -
* 2023 민음북클럽 에디션
① 우리 마음은 늘 우리 저 너머로 쓸려 간다
②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 살았던 이유
③ 달빛 아래 밤을 갉는다
* 선택 도서
① 자기만의 방3기니 (세계문학전집)
② 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③ 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여기서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사실 아직 민음북클럽으로 받은 책들을 다 읽지 못했다. 책이 나의 작고 소중한 책장에 꽂힌지도 5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현재 나는 저 중 2권의 책만 완독해냈다. 안타깝게도 6월부터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스트레스 덩어리가 나에게로 쏟아지면서 책을 잡을 여유를 잃었고 간신히 10월이 되어서야 슬슬 읽기 시작했달까. 요즘은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10~20분 정도 짬짬히 읽고 있는데 업무용 문서만 보다가 ‘글’을 읽으니 뇌가 환기되는 기분이 들어 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저/민음사] 인데, 이 친구는 올 여름 코엑스에서 진행된 ‘서울 국제 도서전’ 에 가서 직접 구매해 왔다. 국제 도서전 티켓은 진작 얼리버드로 구매했었는데, 6월이 되면서 책 읽을 여유가 없게 바뀌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신나게 코엑스에 다녀왔고 극한의 자제력을 발휘해서 딱, 5권에게만 나와 함께하는 행운(?)을 주었지. 책 이름을 언급하긴 했지만 책에 대한 감상은 노코멘트다. 아직 절반 밖에 못 읽기도 했고 내용에 대해 뭐라 떠들기에 나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 언젠가는 기깔나는 서평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내 장기 목표 중 하나다.
여하튼, 회사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것은 모두에게 추천한다. 보통 점심시간에 다른분들은 탕비실에서 식사를 하고, 모여서 대화를 하시거나 밖에 나가서 커피를 사들고 돌아오시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1시간 10분의 점심시간 중, 40분 동안 식사를 하고 10분은 양치를 하고 자리를 정리한다. 그리고 남은 20분동안 책을 읽고 있다. 혹은 글을 쓰거나! 팍팍하고 메마른 사무실에서, 탕비실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 홀로 책을 읽고 있노라면 괜히 지성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남들이 지성인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냥 괜히 나 혼자 그런 기분이 든다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회사에서 독서하는 걸 가장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기억에 가장 선명하고 영향력이 컸던 것은 바로 지난 봄에 안동 여행을 가서 책을 읽은 순간이다. 짝꿍과 안동 여행을 떠났던 때는 내가 ‘책’에 가장 꽂혀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책을 읽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책 한 권을 가져갔는데 이게 신의 한 수 였지. (신의 한 수라는 표현 정말이지 올드하고 올드한데..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네)
2박 3일 여행 중 이틀 내내 책은 건드리지도 못하다가, 마지막 날 특별한 계획이 없던 우리는 기차 시간이 되기 전 즉흥적으로 ‘낙강 물길 공원’으로 떠났다. 안동이라는 도시는 내가 느끼기에 참 다정한 도시였어서, 여행하는 모든 순간이 놀라울 만큼 행복했지만 이 낙강 물길 공원에서의 기억은 내가 안동을 사랑하게끔 만들어 버렸다. 내가 이 곳에서 읽은 책은 민음북클럽 선택도서로 받은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 살았던 이유-헨리 데이비드 소로] 였는데 글의 장르도 모르면서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골랐던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읽기에 그야말로 완벽했다.
인터넷에 ‘낙강 물길 공원’을 검색하면, 몇 개의 포토존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은 포토존 따위가 아니라 ‘자연에 둘러싸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데서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운이 좋게 큰 은행나무 벤치 아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곳은 정말이지, 최고의 명당이었다. 큰 은행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경험한 찰랑이는 물방울과 살랑거리는 바람, 귓가에 들리는 폭포 소리는 도시의 문명을 사랑하는 나에게 ‘자연뽕’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책은 자연을 예찬(!)하는 에세이였지.
안동을 떠나기 전 낙강 물길 공원에서 약 두시간의 독서를 하며 나는, ‘독서 경험’이란 얼마나 중요하고 엄청난 것인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떤 책을, 어디서, 어떻게 읽느냐는 내 생각보다도, 당신의 생각보다도 더 의미있는 것이더라. 나는 도시와 도시가 제공하는 문명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놀랍게도 운명처럼 그 곳에서 그 책을 읽으며 저자의 자연에 대한 표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방 이불 속에 들어가 읽었더라면 분명 반의 반틈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혹시 단 한번도 자연광 아래에서 독서한 경험이 없는 분이 계시다면 제발, 제발 한 번쯤은 시도해주시길 바라며 이만 3편으로 구성된 [책(물욕)] 챕터를 마무리한다.
다음 주제는 분위기를 바꾸어 다이어리꾸미기 (a.k.a 다꾸) 로 돌아올 예정!
+) 당시 작성했던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 살았던 이유-헨리 데이비드 소로]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다음 링크로 0_< (개인 블로그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