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나’
“선생님~”
길을 가다 무심코 돌아보게 된다.
이 동네에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없음에도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게 되는 그 호칭,
나에게 너무 친숙한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다.
10여 년간 학교에 근무하며 수없이 들었던 호칭으로 학교의 구성원에게 난 선생님으로 불린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를 나열하는 것이다.
딸, 엄마, 선생님, 아내, 언니, 누나...
내가 가진 지위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짐작할 수 있다.
통념상 사회적 지위에는
기대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칭찬을 받고,
그렇지 못했을 때 비난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가진 지위와 역할 수행으로
칭찬, 비난을 받거나 그것만으로 나를 정의한다면 그건 본질적인 ‘나’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는 선생님으로,
누구에게는 엄마로, 누구에게는 아내로...
각기 다른 지위로 그들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데 '나'라는 사람이 한 가지 지위에 따른 역할 수행 정도로 정의되고 평가되는 것이 맞는가 의문이 들었다.
한정적인 관계 속에서 비롯된 ‘나’에 대한 칭찬과 비난의 영향은 비단 그 역할에서만 한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본질적인 ‘나’의 세계를 뒤흔든다.
이 근원적인 의문의 시작은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일까?'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일까?'
'나는 남편에게 어떤 아내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관계 속에서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관계의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와는 사뭇 다르기도 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본질적인 ‘나’는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