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무학교 학습일지
오늘은 충북 괴산에 있는 박찬교 선생님의 꽃나무 농장에 가는 날입니다.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곧바로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섭니다. 버스를 타고 신설동에 내려 다시 2호선 전철을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가니 6시 9분,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동서울에서 괴산 가는 첫차는 6시 50분에 있습니다. 소요시간은 2시간, 차비는 13,500원입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서둘러 시간이 40분이나 남았습니다. 아침 첫차 좌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괴산에서는 8월 29일부터 고추축제가 열리고 있고, 중원대학교와 육군학생군사학교(문무대)가 괴산에 있습니다. 그러니 괴산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터미널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식당이 한 군데 문을 열었습니다. 급히 들어오는 사람이 대개 비빔밥을 시킵니다. 저는 시간 여유가 많아 돌솥 비빔밥을 시켰습니다. 어떤 사람은 10분 후 출발한다고 빠른 식사를 찾습니다. 종업원은 너무 촉박하다고 거절하고, 그 사람은 그냥 나갑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6시 30분. 화장실을 들렸다가 버스에 오르니 출발시간, 6시 50분입니다.
버스는 터미널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괴산은 어디에 있을까? 지도를 보니 충청북도 한 중앙에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전체적인 모습이 초승달처럼 굽었습니다. 동쪽을 향해서 굽어진 모습이 비취색의 곡옥 모양입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살이 통통히 찐 애벌레 같기도 합니다. 애벌레의 배 부분이 괴산이고 여타 다른 지방이 괴산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머리 부분은 동쪽을 향해 있는데 단양군, 제천시, 충주시가 있고, 등 허리 부분에 음성군, 진천군, 증평군, 청주시가 있습니다. 그 아래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은 꼬리 부분으로 동쪽을 향해서 살짝 삐져나왔습니다.
괴산은 이름이 괴상합니다. 기암괴석이 많아서 그럴까, 괴상한 모습의 산들이 많아서 이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아무튼 특이한 이름으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이름입니다. 괴산의 괴자는 괴상할 괴(怪) 자가 아니고, 회화나무(홰나무)나 느티나무를 나타내는 괴(槐)라고 합니다.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는 서로 다른 나무인데, 같은 한자를 씁니다. 느티나무는 한반도가 원산지이므로 아마도 원래 한자 이름이 없었겠지요. 그런데 나중에 괴(槐) 나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느티나무가 마을 당산나무로 심어진 경우가 많아, 귀신이 내린 나무 혹은 신령스러운 나무라는 뜻으로 나무 목(木)에 귀신 귀(鬼)가 합해진 괴자를 차용한 것 같습니다. 괴산은 한자말을 풀이하자면 회화나무가 많은 산, 혹은 느티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과연 그런지 궁금합니다.
괴산의 동쪽 끝에 문경새재가 있고 남쪽 끝에 속리산이 있습니다. 동쪽에서 흘러온 백두대간은 이곳 괴산에 도착하여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갑니다. 괴산은 백두대간에 반쯤 올라타 있습니다. 산이 많을 수밖에 없고 또 그 산들이 험준하고 괴이하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암괴석이 많고 또 수려한 산들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드디어 괴산에 도착했습니다. 8시 40분,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니 터미널의 남쪽에 커다란 산이 보입니다. 아주 반듯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터미널 바깥으로 나가니 가로수가 모두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자동차 매연에 약하다는데 역시 이곳은 공기가 맑은 곳입니다. 산이 깊으니 소나무가 도시의 길거리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수업시간이 10시이기 때문에 약 1시간 20분 남았습니다. 2시간 정도 남았더라면 걸어서 칠성면까지 갈 수 있으나 좀 쉬었다 버스를 타야겠습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 카페가 많이 보이지만 문을 연 곳이 없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잠시 쉬면서 검색을 해보니, 칠성면 가는 버스는 107-2번이 있다고 합니다. 거리에 나가 이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물어보니, 시내버스 터미널로 가라고 합니다. 시골 읍내는 작아서 좋습니다. 조금 걸으니 바로 괴산 시내버스 터미널이 보입니다.
터미널 안에 들어가 안내 간판을 둘러봅니다. 그런데 시내버스 노선도를 아무리 봐도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무슨 보물지도 같기도 하고 비상연락망 같기도 합니다. 주변 지명을 잘 알아야 하는데 아는 곳이 없으니 글자는 읽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버스시간표도 옆에 나란히 걸려 있는데, 이 시간표도 난해하기는 똑같습니다.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서 차가 들어오는 시간과 장소를 알아냈습니다. 인터넷에는 10분마다 1대씩 차가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 듯, 몇 분 안 기다렸는데 차가 들어옵니다.
9시 14분, 칠성면 가는 107-2번을 탔습니다. 칠성면 면사무소까지는 2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분 만에 면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예정시간의 반도 안 돼서 도착한 것입니다. 미리 운전기사에게 내릴 곳을 이야기해두지 않았더라면 더 멀리, 엉뚱한 곳까지 가버렸을 것 입니다.
칠성면사무소 앞에 내리니 이곳에도 잘 가꾸어진 소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건너편에는 칠송바위 시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칠송바위란 일곱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바위라는 뜻일 텐데, 역시 이곳은 소나무의 고장입니다. 거리를 잠시 둘러보다가, 휴대폰으로 지도를 켜고 오늘 수업이 있는 장소를 찾아 산보 겸 도보 여행을 출발합니다. 가다 보니, 여러 채의 전원주택이 논밭 한가운데 연이어서 지어진 곳도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10여 그루나 키우고 있는 집도 있습니다. 잘 키운 소나무는 요즘 수천만 원씩 한다던데 그런 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가다 시간에 맞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박찬교 선생님 댁은 오랜 한옥을 개조하여 리모델링한 집입니다. 맨 왼쪽 사진은 거실에서 맛있는 과일과 떡을 먹으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책장을 만들어 천장과 벽사이에 고정시켜 놨는데, 장소가 기막히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커튼 봉은 대나무입니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에 익숙해진 저에게는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책장에는 <임원경제지> 등 책들이 보입니다. 선생님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늘 쪽 사진 2장은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꽃 2종류입니다. 가운데 사진은 선생님 집 마당에 핀 유홍초입니다. 나팔꽃 같은 데 꽃이 작고 별모양입니다. 붉은색 별모양의 꽃이 초록색 이파리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그 오른쪽 사진은 선생님 농장 밭에 붉게 핀 채송화입니다. 붉은 꽃 안에 노란색의 별이 담겨있습니다. 이 채송화가 농장 가득히 피어있었더라면 정말 아름다웠을 텐데 이곳 농장은 아직 그렇게 잘 가꾸어진 곳은 아닙니다.
사진 가운데 두 번째 줄 맨 오른쪽의 항아리가 보이는 사진은 토종 라일락인 들머리 개회나무입니다. 집 앞의 입구에 약 5m 정도의 높은 키로 서 있습니다. 옮겨 심은지 4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주 큰 라일락입니다. 이 나무에 꽃이 피니 그 향기와 탐스러운 꽃송이로 온마을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고 합니다. 라일락이 필 때쯤 다시 와서 보든지 해야겠습니다.(나중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내와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옥의 부엌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거실에서 다과를 맛있게 먹고 바깥으로 나오자, 선생님의 꽃나무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앞뜰에 심어진 나무를 소개하고 뒤뜰로 옮겨 이러저러한 꽃나무 소개가 있었으며 다음은 농장으로 나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워낙 나무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같이 수업을 듣는 효선 님이 올린 동영상(괴산 박찬교 님 나무농장 이야기 1-12 https://cafe.daum.net/nativetrees/t4Ki)를 보고 꽃나무 이름만이라도 열거해 봅니다.
섬개회나무, 라일락, 미스김 라일락, 정향나무, 댕강나무, 줄 댕강나무, 수수꽃다리 속, 꽃개회나무, 사위질빵, 할미밀망, 길막아지, 올개불나무, 참외나무, 참비쌀나무, 분꽃나무, 둥근 인가목, 문경특산 비단감나무, 금강초롱, 부처꽃, 속새, 유홍초, 참으아리, 애기범부채, 가침박달, 히어리, 덜꿩나무, 병아리꽃나무, 매자나무, 매발톱, 물싸리, 생열귀나무, 흰 물싸리, 꽃사과, 영춘화, 장수만리화, 파꽃, 야광나무, 분홍찔레, 국경찔레, 해남 붉은 찔레, 작살나무, 좀작살나무, 겹무궁화, 만개나무, 청개불나무, 키오얏, 산돌배, 광양 백운돌배, 참배, 가래나무, 노각나무, 산철쭉, 녹리, 삼백초, 청하쑥부쟁이, 장수만리화, 제주백당나무, 버들개, 줄평강나무, 청개불, 수박풀꽃, 당단풍, 물앵두 등등 등등.
선생님이 보여준 나무들 중에는 어쩐지 산이나 들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파리가 익숙한 나무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생소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고 어떤 나무는 외국의 어떤 나무들같이 아주 낮설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그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 저것 소개했지만 저는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꽃나무 하면 장미나, 목련 혹은 아카시아, 등나무, 백일홍 나무 정도나 알았지 이렇게 많은 꽃나무들이 있고 그중에는 토종 꽃나무들도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한국특산' 혹은 '우리나라 특산', '우리나라 자생'이라고 강조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는데 오늘 방문한 꽃나무 농장이 우리나라 토종 꽃나무를 수집하고 번식하고 보존하는 농장이라는 것을 나중에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나중에 추가로 자료를 보내주셨는데, 장미는 원예종으로 전 세계에 천여 종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 우리나라 토종 장미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은 8종 정도라고 합니다. 이 8종은, 선생님 열심히 설명했던 왕찔레나무, 붉은 찔레나무, 흰인가목, 겹인가목, 국경찔레(분홍찔레), 돌가시나무, 생열귀나무, 해당화 등 꽃나무들입니다.
또 라일락은 전 세계에 원예종 2백여 종이 있는데 우리나라 자생 라일락은 7, 8개종 정도라고 합니다. 정향나무, 수수꽃다리나무, 개회나무 등이 토종 라일락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박 선생님은 토종 장미나 토종 라일락 그리고 우리나라 특산의 꽃나무들을 수집하여 꽃나무 농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미스킴 라일락 묘목을 사다 집 한쪽 텃밭에 심었습니다. 원래는 우리나라 꽃나무인데 미국인 식물 채집가(미군정청 소속의 엘윈 미더)가 자기 나라로 가져가서 개량하여 유명해진 꽃이라고 해서 사다 키웠는데 잘 크지도 않고 꽃도 작아 실망이 컸습니다. 작은 꽃들이 올망졸망 피다가 사그라졌는데 별로 기대에 못 미쳐서 나중에 집 옆 비탈에 갖다 심었습니다. 저로서는 사실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미스킴은 그 비탈에서 다른 토종 나무들과 군락을 이루고 잘 살고 있습니다. 원래가 우리 토종나무였다니 토종 친구들을 잘 만난 것입니다. 그곳은 이제 봄이 되면 그게 미스킴 라일락 꽃인지 토종의 어떤 수수꽃다리 나무인지 작은 꽃들이 만발한 곳이 되었습니다. 내년 봄에는 미스킴은 다시 찾아서 이름표라도 달아 줘야겠습니다. 미스킴 라일락은 다른 라일락보다 향기가 더 진하고 꽃이 더 오랫동안 피어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기도 했다니, (주1) 그 향기도 못 알아보고 그 꽃이 그렇게 오래 피는지도 몰랐던 제가 잘못했습니다. 더구나 토종 라일락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주2) 크고 화려한 꽃에만 눈길을 주고 장미 향기만 꽃향기인 줄 알았는데 오늘 토종 꽃나무 농장을 방문하고 나서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토종 라일락은 다른 말로 수수꽃다리 나무, 혹은 개똥나무, 혹은 정향나무, 혹은 개회나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수수꽃다리 나무, 개똥나무, 정향나무, 개회나무는 또 서로 다른 나무라고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 라일락은 수 많은 종류가 있음에도 몇종 되지도 않은 서양 라일락이나 중국의 정향 나무를 우러러 보는 분위기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주3) 서양이나 중국 라일락이 전부인줄 알았으나 사실은 우리나라 토종 라일락의 무한히 넓은 세계에 중국이나 서양 라일락이 일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류가 많다는 것은 원종이나 토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농부학교와 나무학교 다니면서 얻어 들은 말입니다.
정향나무의 정향(丁香)이라는 글자가 라일락 꽃 모양의 특징을 아주 잘 나타냅니다. 고무래 정(丁)자는 못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라일락 꽃의 모양이 못과 같이 머리가 있고 기다란 몸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향기가 좋기 때문에 향기 향(香)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향이라는 이름은 원래 있는 정향나무의 이름을 갖다 빌려쓴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민간 사회에서는 토종 라일락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을 것인데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수수 닮은 꽃을 피우는 나무, 그래서 '수수꽃다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그런 이름이 생겼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들은 선생님의 집터에서 내려와 농장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농장은 천 평이 조금 안 되는 넓이인데 토종과일나무를 비롯하여 많은 꽃나무와 묘목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위쪽 맨 왼쪽 사진은 한가운데에 찔레나무 덤불이 있습니다. 찔레나무는 땅에 닿기만 하면 뿌리를 내려 번식을 잘하니 고목나무 몇 개를 놓고 그 위에 찔레나무줄기를 올린 것입니다. 옆으로 번식을 못하게 막으면서 찔레꽃을 잘 볼 수 있게 키우는 것입니다.
위쪽 가운데 사진의 왼쪽에는 하늘로 늘씬하게 뻗어 올라가는 나무가 보입니다. 아래쪽 맨 처음 사진 가운데도 그와 같은 종류의 나무가 일자로 뻗어 올라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오얏나무인데 '키 오얏'이라고 합니다. 전봇대처럼 키가 크게 자란다고 해서 박 선생님이 이름을 붙인 나무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이 나무가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속리산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여기에 '떳떳하게' 심는다고 소개했습니다. 선생님의 토종나무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아무 나무나 아무 생각 없이 가져다 심는데, 스스로 이런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박 선생님은 이곳에 정착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밭을 새로 구입해 농장을 만들고 꽃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는 2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 농장에는 조그만 언덕도 있고, 부들이 솜털을 흩날리는 조그만 연못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닙니다. 거기에다 선생님이 계획하는 농장은 아마도, 외부 손님을 받아 관람을 시키는 농장이라기보다는 좋은 토종 꽃나무를 보존하고, 키우고 증식시키는 연구소 같은 농장인 것 같습니다. 농장 곳곳에는 위에 소개한 유홍초나 채송화처럼 이쁜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으나 그것들이 아름답게 군락으로 가꾸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점들이 처음 기대와는 달라 조금 실망하였지만, 대신 우리나라 토종 꽃나무에 대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장 한쪽에는 목조로 온실을 만들 터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온실이 완성되면 토종 꽃나무 묘목이 이 온실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겠지요. 붉은 찔레꽃 묘목이나 꽃망울이 커다랗고 향기가 좋은 수수꽃다리나무를 이곳에서 구해다 심을 날을 기다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삽목 실습을 했습니다. 삽목은 먼저 작은 나무 가지를 5cm에서 10cm 정도를 잘라서 이파리 2, 3장을 남기고 나머지 잎들은 모두 제거합니다. 이파리가 클 경우에는 가위로 반 정도 잘라줍니다. 삽목 하는 가지의 이파리는 광합성 작용을 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지가 건조해졌는지 아직 습기가 있어 살아 있는지를 살펴보는 용도일 뿐입니다. 그러니 물기가 빠져나가는 증산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이파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삽목에 사용한 용기는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는 일회용 투명 컵입니다. 습기를 보존하기 위해서 위에 둥근 덮게가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실습장에서는 수십 개의 컵을 준비에서 바닥에 구멍을 뚫고 녹소토라는 삽목용 인공토양을 넣었습니다. 입자가 굵은 것은 바닥에, 중간치는 중간에 그리고 맨 위에는 입자가 가는 것을 넣고 물을 뿌리고 거기에 삽목을 했습니다. 삽목 할 때는 흙도 깨끗한 흙을 사용하고 물도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영양분이 많은 흙은 썩기 쉽고 뿌리의 발육에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모래와 같이 영양분이 전혀 없는 흙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삽목을 한 뒤에 이듬해 봄까지 마르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참석자들은 무궁화, 줄싸리, 줄 댕강 등등의 나뭇가지를 잘라 삽목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삽목 한 것들 서로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 외에도 들머리 개회나무 등 여러 종류의 작은 묘목도 받았습니다. 잘 키워서 뿌리가 잘 내리도록 해야겠습니다. 삽목 실습 뒤에는, 인근에 있는 산막이 옛길 부근 식당으로 이동해서 늦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토종과일나무 학교에 다니면서 토종과일나무에 관심이 생기고 우리 토종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토종 꽃나무들과 만나는 하루였습니다. 찔레나무를 보면 베어내기 바쁘고, 산속에 피는 꽃나무들을 보면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이제는 "토종!"이라고 외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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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최오균, '[설악산기행⑥] 설악산 빗물의 운명을 가르는 무너미고개를 넘어- '미스김라일락'? 이 꽃 이름 왜 이렇지? ', 2014.07.03,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9918
주2) 박용근, '물 건너온 ‘미스김’과 헤어지려는 남자들…토종 라일락을 지키는 사람들', <경향신문>, 2017.06.02.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706022147005
주3) 낙은재, "우리 자생종 수수꽃다리 그리고 라일락과 차이점", 2017. 3. 18. https://tnknam.tistory.com/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