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인 자녀를 둔 나의 부모님 이야기

나에 대한 부모님의 심정과 내가 바라본 나의 부모님에 대해

by 밤고구마

나는 부모님께 많이 아픈 손가락이다.


옛날에 아빠께서는 가끔 일을 하시다가도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처음 ‘1형 당뇨’를 판정받았을 때가 생각이 나서 내 생각만 하면 그렇게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졌다고 한다.


아빠의 눈에는 그 작고 어린것이 갑자기 병에 걸려 평생 주사를 맞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고, 가엾고, 아프고, 슬프고, 그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 또한 제일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내가 처음 병원에서 ‘1형 당뇨’를 판정받고 난 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집에 가는 길에 사실 속으로 억장이 무너질 만큼 마음이 엄청 아팠었는데 그때 내가 엄마한테 조용하게


엄마, 나 그럼... 약 먹으면 나을 수 있어...?


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마 그때의 나는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란 걸 사실 느낌적으로 알면서도 그래도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희망적인 마음을 품고 싶었거나 아니면 약간의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순간 엄마는 나의 그 순수한 질문에 아무 대답을 못하고 그때 엄청 많이 우셨다고 한다. 얘가 앞으로 평생 주사를 맞고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지 막막하고 가슴이 너무 아프셨다고 한다.


나 또한 엄마의 모습에 어쩌면 마음속으로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체념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엄마께서는 내가 학창 시절 때부터 당뇨를 앓다 보니 사실은 동생들에게 주어야 할 관심을 피치 못하게 첫째인 나에게 더 줄 수밖에 없게 되어 동생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창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어린 동생들이 괜히 나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거 같아 나는 지금까지도 동생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엄마께서는 내가 당뇨에 걸리기 전, 첫째가 중학생이 되면 앞으로는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잘할 것 같아 첫째에 대해서는 이제 신경을 좀 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고, 나머지는 이제 동생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엄마께서는 첫째인 나에게 좀 더 의지하고 싶으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6학년 말에 ‘1형 당뇨’라는 병에 걸리자, 엄마께서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첫째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구나... 그리고 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아픈 첫째에게 좀 더 마음이 가고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엄마께서는 내가 스스로 알아서 잘하더라도 엄마에게는 내가 아픈 자식이니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더 가고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당뇨 관리는 곧 나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엄마께서는 나를 항상 강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마음이 그러셨다고 한다. 그건 아빠 또한 동감하는 부분이라 하셨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내가 처음으로 ‘1형 당뇨‘를 판정받게 되던 날, 나는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부모님의 슬퍼하시던 모습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식이 평범하게 정상인으로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안쓰러운 마음이셨을지, 마음속에는 어두운 먹구름들이 몰려와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내듯 속으로는 정말 많이 우셨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부모님의 심정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기에 나는 왠지 부모님께 죄를 지은 죄인이 된 것 마냥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가 당뇨에 걸린 원인은 아직까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뇨를 걸린 게 내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의 당뇨로 인해 부모님의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다는 자체가 나로서는 부모님께 지은 죄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마 부모님에게는 마음속 깊이 평생 남는 아픔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나 또한 마음이 너무 아팠기에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나의 부모님을 보면 마음속 한켠에는 당뇨로 인해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자식들을 항상 희생정신으로 돌봐주셨고, 오로지 자식들 생각만 하고 살아오셨던 분들이었다.


아빠는 늘 나와 동생들을 많이 생각하셨지만 특히 아픈 손가락인 나에 대해서는 늘 안타깝고 가엾게 여기셨는지 나한테는 한없이 약하셨다.


반면, 엄마는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키우려고 하셨다. 아프다는 이유로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해질까 봐, 밖에서도 그렇게 행동할까 봐 엄마께서는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나를 좀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 마음과는 다르게 나를 냉정하고 매몰차게 대해주셨다.


물론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며, 부모님께서 나를 정말 많이 생각해주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늘 부모님께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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