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의 현장
독서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성장이 문득문득 실감 날 때가 있다. 그건 갑작스러운 엄청난 성장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오는 성장이다. 아이들 본인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나는 수업하다 보면 ‘어, 이렇게 할 수 있게 됐다고?’라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정말 기쁘다.
아이들과 수업 중에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순수한 그 마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하거나 기발한 생각들이 너무 귀엽다. 그 순수함에 나도 기꺼이 아이들에게, 세상에 진심을 건네고 싶어 진다.
토요일 10시 30분 수업은 5세 반인데 이 중에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의 아이가 있다. U라고 한다. U는 남자아이인데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다. 그러나 밉지 않은 아이였다.
그날은 ‘북극곰’을 주제로 수업을 한 날이었다. 북극곰은 2살이 되면 엄마 곁을 떠나 독립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나 : 북극곰은 2살에 어른이 돼서 엄마랑 떨어져 산대. 얘들아, 너네는 몇 살이죠?
아이들 : 5살(이요)!
나 : 근데 북극곰은 2살인데 엄마랑 떨어졌네~ 너네는 이럴 수 있어?
아이들 : 아니요…(시무룩)
U : 사람은 몇 살이 어른이에요?
나 : 북극곰은 2살이 어른인데 사람은 몇 살이 돼야 어른이 될까? 오늘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수업은 즐겁게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다음날 피드백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U의 엄마(동료)로부터 답장이 왔다.
머릿속에 수업 중 배웠던 내용과 나누었던 내용이 남았나 보다. 혼자 고민했을 모습이 떠올라 남몰래 웃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알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 그 소중하고 예쁜 순간들을 여기에 나누어 보려고 한다.
언젠가 너희들이 이 글을 보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