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친구가 되어주기
나를 정말 좋아해 주는 Y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이다. 어떤 아이냐고? 항상 까르르 웃고 선생님한테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Y의 말과 행동이 알려줬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며 미소 짓는 Y는 나와의 포옹을 좋아하고 나의 말을 경청하며 바른 태도로 책도 열심히 읽는 그런 아이다.
사실 나는 선생님이므로 엄마나 이모처럼 아이들을 대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는 그들의 몫이고, 나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런데 Y는 그 선을 넘지 않고 나와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있다. 미묘한 예의를 지켜 선생님을 존중하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애정을 넘치게 받아가고 있다.
Y를 한동안 혼자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 참 기억을 잘한다. 지난번에 배웠던 단어를 다음 시간에 기억해 오늘 배운 내용과 연결 짓는다.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주변 선생님으로부터 그 아이는 소리에 예민한 아이일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소리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듣는 것에 의존해 지식을 쌓게 하지 말고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 책에서 얻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내가 말한 것도 절대 잊지 않는다. 심지어 나조차 별생각 없이 흘린 이야기도 귀신같이 기억해 다음 시간에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그건 Y가 선생님을 좋아해서야~"
조언을 건네주었던 선생님이 말해주었다.
좋아하면 그 사람의 말을 듣는다. 잊지 않는다. 되돌아보니 Y는 나와의 수업에서 지식만 쌓은 것이 아니었다. 상호소통의 기술, 애정을 주고받으며 얻는 충족감,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마음껏 무언가 해보는 용기를 배워갔던 것이다. 우리는 그냥 수업을 했을 뿐이지만 그 안에는 영혼의 공명이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영혼을 닮은 사람이 그렇게 드물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나와 영혼이 닮은 사람이 이 세상에 많다는 건 정말 근사해요.
- 빨간 머리 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뜻하고 흔들리지 않는 유대적 관계를 경험한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고 세상의 지식을 흡수하며 점점 성장해 간다. 이렇게 성장하는 Y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지 오늘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