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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닛 Nov 24. 2023

D의 몽당연필

아이들은 왜 연필을 물어뜯는가에 대한 고찰

나는 독서지도만 아니라 글쓰기 지도도 한다. D는 나에게서 글쓰기 특강을 방학 때마다 두 차례 들었을 뿐 아니라 목요일마다 정기적인 글쓰기 수업도 듣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실제로 독서지도 기간까지 생각하면 D가 1학년 때부터 봤으므로 우리가 얼굴을 맞댄 것은 3년 정도 되는 셈이다.


D는 항상 긍정적으로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데 어떨 때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의기소침해 보일 때도 있다. 질문이 많은 편인데 문장 하나 문단 하나를 쓰고 나서 이렇게 써도 되냐고 물어보는 D가 기특하기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런 D에게 “일단 해봐!”, “일단 써보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 주고 있다.


최근 글쓰기 수업에서 ‘깊은 밤 필통 안에서‘란 책을 읽고 난 감상과 느낌을 적을 때였다. 요 근래 D는 처음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와 달리 글쓰기를 위한 소재를 떠올리거나 자신의 경험을 끌어오기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D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D야, 너 연필에 대해서 할 얘기 많지 않니?”


안 그래도 D는 평소에 연필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종종 나에게 몽당연필이나 잘근잘근 끝을 씹은 연필을 보여주며 자신의 버릇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나는 그런 D에게 꼬리물기 질문을 시작했다.


“연필 괴롭힌 적 있어?”

“네, 저 물어뜯기도 하고 부러뜨리기도 해서 작은 연필이 굉장히 많아요.”

“부러뜨리면 어떤데?”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그런데 엄마는 부러뜨리지 말라고 해요. “

“왜 그러실까?”

”음… 연필이 아까우니까? “


그렇게 질문에 대답과 생각을 나누며 D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이야기하는 것을 평소 좋아하는 아이라 이 방식이 맞다고 느꼈고 주제를 잡기 위해 다른 질문을 건네 보았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연필을 못살게 굴지 않을까? 왜 아이들은 연필을 물어뜯을까?”

“저희는 재미있어서 그래요. 재미있으니까?”

“D는 어른이 돼도 연필을 못살게 굴 거 같아?”

“네!”

“어른이 되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거네? “


결국 글의 주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 법’으로 잡히게 되었다.


사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뭘 쓸지를 알면 반은 이미 쓴 셈이다. D는 이미 본인의 경험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써야 할지 표현과 방식을 몰랐을 뿐이다. 표현은 책을 읽으며 접할 수 있고 방식은 글을 쓰며 익힐 수 있다. 충분히 풍부한 글을 쓸 밑바탕이 되어 있는 아이다.


D만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누구나, 어떤 아이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 자신의 이야기(스토리)가 선명해진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의 시점과 관점으로 풀어내는 것은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샘솟듯이 펑펑 쏟아질 것이다.


문득 또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 S다. 일기 쓰기를 좋아해 하루에도 몇 장을 쓴다고 한다. 이 친구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다. 그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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