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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전구 Dec 25. 2023

어른이기 전에 저는 저입니다

설날에 세뱃돈이 줄어드는 것이 어른인가요?

항상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말이 있다. ‘어른은 무엇인가요?’ 아마 많은 어른이 되고 나서 한 번쯤 생각한 적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모든 행동과 생각을 고민해야 한다. 그 생각은 어른의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무엇이길래 이리 신중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것을 억압당하는지 모르겠다. 새해에 절을 해도 ‘어른이 되었으니 용돈을 줄인다’는 이 말에 청척벽력 같았던 그날을 기억난다. 어른이 무엇이길래 용돈도 줄어드나요.. 이런 거였으면 어른 안 했을 겁니다. 이러한 말들은 곧 스스로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컬링게임을 할 때, 컬링 공이 지나가는 길을 잘 미끄러지라고 길을 닦는 것처럼, 이제는 팀이 아닌 홀로 열심히 닦으라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 작은 걱정도 고민도 쉽게 내밀어 이야기할 수 없는 어른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드디어 사회적으로 해방이나 모든 것을 스스로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지다가 그것으로 인해  깔려도 그것 또한 스스로 해야 하는 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포장지는 무엇이기에 모든 것을 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준선도, 같은 종류의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물품처럼, 그 같은 곳에 서서 다른 이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자신을 팔아야 하는 것인지. 특별함, 다른 것이 있는 데 그것을 숨기라고 말한다. ’ 어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단것을 좋아하는 것도, 어른이라는 이유로 편식하는 음식들도 먹으라고 한다. 참 어이없다. 어른이어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어도 싫은 것은 싫은데 자신의 싫음을 티 내면 좋지 않다는 것. 어른으로서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는 이끌고 도우라는 이야기도..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가 도움이 필요하고 이끌려야 할 사람 같은데 이러한 것을 하라는 것… 아직 산도 오르지 않았는 데 정상에서 해야 할 것들을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등산을 하기 위한 준비도 되지 않았는 데 말이다.


어느 순간 색을 잃고 있었다. 숨을 오른쪽으로 쉬어도 되는 건지, 한숨은 어른들 앞에서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친절과 친근을 구분해야 하고 배려와 대가성 배려를 구분하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야 했다. 참 웃기다. 참 싫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매일 하늘을 바라볼 시간도 없는 것이 ’ 어른‘인지. 작은 핸드폰 속에 갇혀 자신을 정의하기보다 많은 것을 교류하며 다른 이들로 인해 내가 정의되는 것이 ’ 어른‘인지. 아직은 느낌표와 맞힘 표보다는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의심하고 궁금해하고 이러한 것이 나인데 이러한 ’ 어른‘이지 않겠는 가.

자식이 부모를 바라볼 때 모든 할 수 있는 영웅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 아는 것처럼. 굳이 영웅처럼 보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이며 ‘어른’이라는 포장지 안에 자신이라는 색을 지닌 사람이니 말이다. 다른 이들이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추느라 아이라는 것을 즐기지도 어른이라는 것을 즐기지도 못하는 모든 ‘어른‘들이 안쓰러워졌다. 술이라는 것에 의지해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 어른‘이라는  많은 어른들 중 어린 어른에 속하는 난 알아 버렸다. 그들은 왜 이리 많은 자물쇠를 가지고 있으나, 잠글 때마다 절대 열 수 없게 강가에 그 열쇠들을 버리는지. 들키면 약점이라고 하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일까. ’ 어른‘이라는 것을 어렵고도 싫다. 요구 조건이 이리 많으니 말이다.


‘감정’은 술로 다스리고, ‘화’는 눌러야 하고 설날에는 세뱃돈이 줄어드는 것이 어른인가요?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도 볼 줄 알아야 하며, 용돈을 부모님에게 드리는 것이 어른인가요?
왜 같은 복장에 같은 표정,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것이 어른이라면,
전! 어른 하지 않으렵니다.
아직은 잘 웃고 천진난만한 그런 생각 없어 보이게 살고 싶어요.
도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것에 이리 많은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어른’이라서 그런 것이겠죠?
아직은 잠을 잘 때 곰인형을 안고 잡니다. 이러한 어른도 있습니다.
숨 쉬는 방향도 눕는 방향도 정해져 있는 것이 어른이라면 어른이고 싶지 않습니다.
입고 싶은 옷에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별난’, ‘철없는’, ‘어린 ‘ 이러한 말 말고 그냥 저로 봐주세요.
그 많은 마트에 진열되었는 수많은 물품들처럼 바라보지 마시고 특별 에디션으로 봐주세요.
언제나 웃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이러한 어른도 있어야 밝은 하루가 지나지 않을까요?
이러한 어른입니다. 아니 전 어른이기 전에 저입니다.
부정하지 마세요. 그것을 부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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