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니클로 #무신사
유니클로의 명실상부 히트템이 있다. 바로 히트텍이다. 히트텍은 너무 히트 친 나머지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발열내의들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하나의 명사가 되어버렸다. 수많은 spa 브랜드들에서도 발열내의를 출시했고, 여전히 발전시켜 출시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겨울철 발열내의의 보통명사가 히트텍이 된 이유는 히트텍이 오리지널이면서도 전반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특징들을 가진 제품이라 그렇다. 통계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히트텍은 지난 20년간 15억 장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단순히 전 세계 모든 인구비로 따져봐도 6명 중 1명에게 온기를 나눠준 것이다.
히트텍을 처음 접하던 시기엔 히트텍이 마법의 아이템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어느정도 따뜻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너웨어보다도 얇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제는 이너웨어만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아우터웨어의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참 다재다능하다. 그래서 유니클로에서도 히트텍이 어떤 효과들을 가지고 있는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왔다. 자사 정체성의 일부이며 주력상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옷 안에 담긴 원리와 스토리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그래서 히트텍의 원리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먼저, 히트텍은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소재기업인 도레이(TORAY)사와 유니클로가 공동개발해 탄생하게 되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는데 히트텍은 사실 여름용 이너웨어의 원단에서 착안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언뜻 듣기에는 선박에서 착안해 항공기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해당 원단을 보고 "이렇게 땀을 흘려도 끈적이지 않는데 보온성까지 추가하면 좋은 겨울용 이너웨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에서 출발한 것이다.
모든 오리지널 제품들이 그렇듯 히트텍 개발 또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가장 크게는 두 가지 난관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염료 입히기가 어려웠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촉감과 착용감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를 밝히기에 앞서, 히트텍은 4가지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히트텍이 개선되기 전(2006년도 이전)에는 레이온, 중공면,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개선된 후에는 레이온, 마이크로 아크릴,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이 히트텍을 구성한다. 즉, 중공면이 마이크로 아크릴로 변경되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특성의 원사들로만 원단이 이루어져 있으면 원단을 이루는 각각의 원사들이 염료를 흡수하는 속도가 비슷하다. 따라서 원단에 염료가 고르게 염색된다. 하지만 앞에도 언급했듯이 히트텍의 경우에는 무려 4가지 종류의 원사로 원단이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어느 하나 특성이 겹치는 원사가 없다. 염색을 하는 데 있어 애를 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면과 같은 부드러운 소재만을 혼방해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촉감에서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2003년 당시 히트텍의 초창기 모델은 촉감에 개선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입는 히트텍을 보면 촉감과 염색의 고르기에 대해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이는 히트텍 원단을 염색을 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을 유니클로와 도레이사가 지속적으로 염색 방법과 전용 염료에 대해 연구한 끝에 최적의 방법과 염료를 찾아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촉감에 대한 부분은 2003년 당시에는 개선해서 출시해 내지는 못 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2006년 이후에 중공면을 마이크로 아크릴로 바꾸며 개선된 촉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변화를 도모하고자 섬유의 변경이 한차례 있었던 것이다.
히트텍은 흡습발열, 보온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좋은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히트텍을 구성하는 4가지 섬유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에 지닐 수 있는 기능이다. 먼저, 흡습발열 기능은 레이온이 담당한다. 몸에서 땀이 나거나 피부 표면에 수분이 있으면 결국엔 증발하게 되는데, 레이온은 이 수증기를 흡착한다. 수증기를 흡착해서 이동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증기, 즉 물 분자를 못 움직이게 흡착하는 레이온을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하고 있던 분자가 멈추게 되면 해당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온이 물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에 히트텍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능인 흡습발열 기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히트텍은 겨울철에 입는 제품이다. 하지만 히트텍의 발열 기능은 수분이 증발하는 상황에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착용한 상태로 피부 표면에 땀이 나서 마르거나 여타 이유로 수분이 증발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히트텍을 입고 운동을 하거나 샤워한 직후 히트텍을 착용한 상황 밖에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히트텍의 발열 기능이 겨울철에 유효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과 궁금증이 동시에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땀이 많은 사람도 있고, 땀구멍으로 수분 노폐물을 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철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분 흡착을 통한 발열 기능은 유효하다고는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발열기능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몸이 건조한 편이라면 그다지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 참고: 사실 레이온만 수증기를 흡착시켜 발열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온이 발열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다른 원단도 발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증발하여 수증기가 원단에 붙잡히게 되면 발열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타 브랜드의 발열내의들은 레이온이 혼용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레이온을 혼용하지 않았음에도 발열기능 자체는 히트텍보다 더 뛰어난 소수의 제품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히트텍이 발열을 위해 레이온을 혼용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상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이다.
우선, 레이온이 수증기를 더 잘 흡착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레이온이 많이 들어간 옷일수록 발열 기능을 잘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히트텍의 경우 발열을 위해 레이온을 혼용하는 것은 맞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실 히트텍에 레이온이 높은 비율로 혼용되어있지 않다. 어찌 보면 발열기능을 좀 특별하게 강조하기 위한 요소로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일종의 마케팅적 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발열기능에 그 자체에 충실한 발열내의를 원하는 특정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되려 상술에 속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히트텍에 레이온의 혼용률을 높게 잡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히트텍의 혼용률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발열기능 그 자체에 충실한 제품들을 보면 발열기능은 좋지만 촉감이나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다. 반대로 촉감이나 착용감이 좋다고 평가를 받는 발열내의들은 발열기능이 좀 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 따라서 히트텍 같은 경우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성격을 지니기 위해 레이온을 포함하면서도 혼용률에 높은 비중을 두지 않은 걸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중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혼용한 원사 중에서는 레이온이 가장 흡습발열 기능에 충실하니, 그 점을 집어서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발열기능 그 자체에 충실한 발열내의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좋은 제품을 원하는 특정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열을 위해 레이온을 혼용했다고 강조하는 모습이 상술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보온 기능은 마이크로 아크릴이 담당한다. 우선, 아크릴은 원사에 공기층을 만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제로 아크릴을 혼용한 원사를 잘라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보면 알 수 있다. 아크릴이 혼용된 원사는 중간중간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 아크릴은 일반 아크릴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밀도감이 더 좋다는 장점도 겸비하고 있다.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를 더 잘 가둔다. 공기를 가둬서 보온을 하는 기능의 원리는 패딩 안의 깃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몸 안에서 발생한 열을 공기층에 가둬 밖으로 최대한 늦게 빠져나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공상태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차의 이중유리나 보온병 수준은 당연히 아니지만, 미비하게나마 열의 이동을 막아준다. 그렇기 때문에 히트텍이 보온 기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폴리우레탄의 경우에는 신축성이 좋기 때문에 신축성을 담당하고, 폴리에스터의 경우에는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수분을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4가지 섬유가 모여 다재다능한 기능을 완성한다.
히트텍은 다재다능하게 우리의 겨울나기를 돕지만, 구조적으로 얇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기는 한다. 애초에 내의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히트텍 원단이 아우터웨어의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두 종류의 계절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만드는 상황에서, 멋을 내면서도 걱정을 덜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히트텍을 보면 올라오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부러움의 감정이다. 유니클로와 도레이사가 공동개발 하는 모습을 보면 때론 질투가 난다. 이러한 행보에 경외심이 들면서도 가슴 한편에 질투심이 자리 잡은 이유는 도레이사가 전범기업임과 동시에 유니클로가 그다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유니클로와 도레이사의 원단 공동 개발은 히트텍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도록 도와주는 에어리즘 원단도 도레이사와 공동개발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내놓은 플루피한, 촉감이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워 구름 같은 느낌이 나는 패딩의 겉감도 도레이사와 공동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같은 나라의 두 기업이 손을 잡고 힘을 합쳐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무신사 스탠다드가 더 시간이 지나 씁쓸함을 달래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즉, 유니클로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바람과 기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2개의 화학. 섬유 대기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효성그룹이다. 이번에(작성일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의 기능성 내의인 힛탠다드가 효성에서 개발한 원단을 사용했다. 당연히 좋은 행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니클로와 도레이사처럼 직접적으로 만나 무신사의 pb상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같이 논의하고 고민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글로벌 시장에 나가 유니클로와 맞붙는 무신사 스탠다드, 도레이사와 맞붙는 효성그룹이 되길 기원한다.
해당 글에서 내포하고 있는 히트텍의 단순 원리, 제품 개발 내부 스토리는 『Life wear megazine issue 09』 , 『new season new style August』 를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