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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Apr 22. 2024

문디(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

‘문디(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떠군지듯) 한다’의 뜻     


매우 싫은 것을 멀리하거나 얼른 치워버리는 행위를 빗대어 ‘문디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다. 문디는 문둥이를 말하는데, 칠창(漆瘡)을 옮기는 옻나무를 만나면 끔찍할 정도로 싫어해서 멀리 던져버리고 만다. 무엇인가에 대해 매우 싫다는 뜻을 강력한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옻의 독이 사람에게 묻으면 염증을 일으켜 부풀어 오르면서 물집이 생겨 매우 흉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그러잖아도 문둥이는 보기 흉한데, 옻까지 오르면 더욱 흉하게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떠’는 동사 ‘뜨다’가 활용된 것으로 어간인 ‘뜨’에 종결어미인 ‘어’가 붙었다가 ‘으’가 탈락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뜨다’는 어떤 존재나 물건이 다른 곳으로 가거나 옮기는 것, 혹은 물건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말하는 대상을 높이지 않고 약간 낮추어서 말하는 ‘해라’의 평서형이나 명령형 등에 쓰인다. ‘딩기다’는 지금 말로 하면 물건 따위를 어디엔가에 함부로 버린다는 뜻을 가진 ‘뒹굴다’ 정도가 될 것이다. ‘튕기다’는 다른 외부의 힘을 받아서 튀어나오거나 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일정한 공간에 있는 사물이 어떤 힘을 받아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서 여기저기 흩어 던져 놓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떠딩기다’는 어떤 물건을 들어서 밀쳐내어 다른 곳으로 멀리 던져서 여기저기 흩어버리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작대기는 나무로 된 것이면서 가늘고 긴 막대기를 말한다.      


문둥이는 문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나병균(癩病菌)에 감염된 사람을 나환자라고 하는데, 이것은 한자어이므로 우리말로는 문둥이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리면 피부에 살점이 불거져 나오거나 반점 같은 것이 생기면서 피부의 감각이 마비되며 눈썹이 빠지고 얼굴이나 손발이 썩어 문드러지면서 변형되어 흉측한 모습으로 된다. 지금은 치료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존재했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일삼는 데다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들의 간을 빼먹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물건의 겉에 칠을 해서 썩지 않도록 하거나 외관상 아름답게 만드는 재료인 칠감(塗料)으로 폭넓게 쓰이는 옻나무는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이 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으로 가구나 나무 그릇 따위에 윤을 내는 것으로 쓰거나 약재, 식재료 등으로 널리 사용한다. 옻나무에는 우루시울이라는 유독물질이 있어서 이것이 사람에게 닿거나 몸속으로 들어가면 물집이나 발진 등을 일으켜 피부를 망가트리기도 하는 부작용이 있다.      


문둥이는 병이 진행되면 피부나 손발 등이 썩어 문드러져서 보기에 흉측한 몰골을 하기 십상인데, 여기에 옻의 독까지 오르면 한층 흉측할 것이므로 그들은 옻나무를 가장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둥이가 옻나무 작대기 같은 것을 보면 발로 차거나 다른 막대기로 그것을 집어서 멀리 던져버린다. 그래서 선조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려 하거나 피하려는 행동을 익살스럽게 나타내기 위해 ‘문디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는 속담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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