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관(枯骨觀)에 대하여
고골관은 백골관(白骨觀), 혹은 부정관(不淨觀)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자신의 본질을 제대로 보아 욕심으로 가득한 탐욕을 제거하려는 것(不淨觀)이며, 육신에 얽매여 있는 자기 집착을 없애기 위함(白骨觀)이다.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에서 가장 깊은 속을 들여다보아(觀) 나의 본질, 혹은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면 불(佛)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신라의 승려로 양산의 통도사(通度寺)를 창건한 자장(慈藏)이 고골관을 수행해서 불성을 깨달았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觀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대상을 꿰뚫어 보다, 뚫어지게 보다 등의 뜻으로 쓰였다.
고골관은 의미가 매우 깊지만 아주 어려운 수행법인데, 우리나라의 설명 자료에는 아주 우스꽝스럽게 나와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탐욕을 없애기 위하여 남의 몸을 백골로 관찰하는 법”이라 했고, 불교 용어 사전에서는, “죽음 뒤에 앙상하게 뼈만 남기고 썩어버리는 시체의 모습을 떠올리며 욕망을 벗어나 인생무상의 원리를 터득하고자 하는 수행법”이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해골과 백골을 옆에 놓고 그것을 보면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는 자료도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3)에서는 인생의 무상함을 마른 뼈와 같이 여기는 관념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골관은 백골이 된 남의 몸을 보는 것(觀)도 아니고 뼈만 남은 시체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아니며, 죽음을 통해 인생무상을 깨닫는 것도 아니다. 고골관은 사람과 같은 유기적 물질로 된 존재가 어디에서 생겨났는지에 대한 근원을 찾으려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청정한 원래의 모습인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행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골관은 사람이 자신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떨쳐내야 하는지, 멀리해야 하는지에 해답을 주려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의의와 방법을 보자.
고골관의 핵심은 자기의 모습에서 백골을 보아(觀)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상태였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함으로써 그것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냈던 것임과 동시에 고통의 원인이면서 탐욕과 집착을 중심으로 하는 오온(五蘊-색(色-육신), 수(受-지각), 상(想-생각), 행(行-욕구), 식(識-의식) 같은 것들을 모두 떨쳐내기 위한 것이다. 蘊은 가지고 있는 것, 감추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자기의 몸에 지닌 좋지 못한 다섯 가지가 바로 오온이다. 결국 고골관은 오온이 본래의 모습인 참된 내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골관은 부정관(不淨觀), 백골관(白骨觀), 백골유광관(白骨流光觀), 백골생기관(白骨生肌觀)의 4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단계는 더러운 것을 꿰뚫어 보는 부정관이다. 이것은 자신과 타인의 몸에 있는 여러 가지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현상들을 직접 관(觀)함으로써 스스로가 가진 욕심으로 가득 찬 탐욕을 제거하는 것으로, 탐욕을 퇴치하는 핵심 방법이자 불교 선관 수련에 있어서 중요한 방법이다. 사람의 몸에는 종기, 부어오름, 푸른빛, 자주빛, 궤양, 고름 등 온갖 더러움이 있다. 그곳에서 구더기 같은 벌레가 생겨 나중에 나방으로 변해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여기에서 남은 것은 오로지 순결함을 가지고 있는 한 벌의 백골뿐이다. 자기에게 있는 부정을 제대로 관(觀)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 출생 과정의 부정함을 봐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정하고 음란한 행위를 통해야 하므로 이것을 觀해야 한다. 이것을 종자부정(種子不淨)이라고 한다. 둘째,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처한 환경의 더러운 것을 觀해야 한다. 이것을 주처부정(住處不淨)이라고 한다. 셋째, 스스로의 몸에 있는 더러움을 본다. 몸을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에는 더러움이 있다. 이를 정확히 보는 봐서 없애야 한다. 이것을 자체부정(自體不淨)이라고 한다. 넷째, 사람의 아홉 구멍에는 온갖 더러운 것이 흘러나온다. 코에는 분비물, 눈에는 눈물, 입에는 침, 항문에는 대변, 성기에는 소변 등이 그것이다. 이의 부정을 觀하는 것을 자상부정(自相不净)이라고 한다. 다섯째, 사람이 죽으면 냄새가 나면서 썩는데, 그것의 더러움을 觀해야 한다. 이것을 구경부정(究竟不淨)이라고 한다.
둘째 단계는 유기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백골의 참모습을 꿰뚫어 보는 백골관이다. 유기체는 백골이 중심이다. 이것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머리뼈에서 시작하여 몸 전체의 백골을 차례로 觀한다. 눈, 귀, 코, 이 등의 뼈는 비어 있거나 뚫려 있고, 머리와 목뼈는 마디로 되어 있으며, 어깨, 쇄골, 엉덩이뼈, 손바닥과 손가락뼈, 척추뼈에서부터 가슴, 골반,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과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백골을 꿰뚫어 본다. 그렇게 하면 모든 뼈는 머리뼈에 밧줄이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이 느슨하게 되어 있으면서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결 그 자체가 바로 온 몸의 백골이다. 그런 다음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백골도 보고, 가장 미워하는 사람의 백골도 본다. 그렇게 하면 나, 사랑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모두가 백골이기 때문에 원한을 가지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이 백골이기 때문에 순결하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는 것이 백골관이다.
셋째 단계는 백골이 빛을 내면서 온몸에 흘러 완전한 유기체를 완성하는 것을 꿰뚫어 보는 백골유광관이다. 머리의 정수리뼈에 있는 것인 생발궁(生發宫)에는 빛나면서 매우 뜨겁고 달궈진 쇠 같은 붉은색 보주(寶珠)가 있다. 이것은 몸의 백골 전체에 빛나면서 열기도 전신에 퍼져 있다. 그리고 골수 안에는 전구 안의 텅스텐처럼 되어 있는 붉은 실이 빛을 내면서 점점 밝아져 온몸을 덮고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면서 더욱 밝아져서 다른 백골과 연결된다. 이것이 자기의 참모습이다. 이것을 觀 한 후에 다른 사람들의 백골을 보면 온 세상이 백골로 덮여 있으면서 빛을 발하여 광명이 空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안쪽의 백골을 비추면서 우주 전체가 순결한 백골로 가득 찬다.
넷째 단계는 백골에서 생기는 살갗을 꿰뚫어 보는 백골생기관이다. 발가락, 발바닥, 발뒤꿈치, 종아리, 무릎, 허벅지, 손가락, 손바닥, 팔뚝, 팔꿈치, 머리 등에서 만들어지는 살갗(皮膚) 등과 오장 육부, 상부, 중부, 하부에서 생기는 살갗 등이 있는데, 그 후에 살갗으로 덮인 온몸이 완성되어 16세 아이 모습처럼 순결한 문수보살이 이루어지면서 사방이 맑고 고요해지고, 몸 전체가 투명하면서 순수하고 순결하면서 밝은 유리 몸이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내부에 있던 불성을 찾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은 이처럼 어려운 단계를 제대로 해내기 어렵겠지만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아 참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시도해 볼 만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