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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Mar 14. 2024

ep.10 잉글랜드에서 먹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로컬들로 가득한 Jenny's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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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보스와 놀아주다 보니 금방 맥신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1시간 정도인 요가 클래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그녀가 돌아왔다.

나에게 치대던 보스는 주인이 돌아오니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녀의 품으로 돌아갔다.

매정한 녀석.

개들의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잠깐동안은 포유류 간의 정을 나눴다고 생각했지만 맥신과 비교하면 함께한 시간의 크기가 다르니 별 수 없지, 뭐.


짐 정리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마친 나에게 맥신이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니야, 달링?"

"나가서 밥 먹고 골드스미스 대학에 가보려고요."

"아, 혹시 골드스미스 학교에 다닐 예정이니?"


서양인의 눈에 동양인은 마냥 어려 보인다지만 나를 완전히 아기 대하듯 대하는 그녀에게 진짜 나이를 밝히기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냥 대학은 이미 서울에서 졸업했다고만 말해두었다.


"그러면 거기는 왜 가보려고?

"그냥 구경하러 가는 거죠."


그녀의 대답이 잠깐 끊겼다.

'거기로 관광을 왜 가려는 거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같은 그녀의 표정.

그것을 읽은 나는 대화의 공백이 어색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그제서야 그냥저냥 이해하겠다는 표정.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왔다.






이사를 마치고 첫 행선지는 바로 점심식사 장소.

메뉴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로 정했다.

살다 보면 간간히 만날 수 있는 단어이다.

지구 이곳저곳을 여행하거나 호캉스를 할 때에 식당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메뉴가 되겠다.

빵과 계란, 베이크드 빈즈 등이 나오는 전형적인 서양식 아침 메뉴.

비슷한 식단으로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나 '컨티넨탈 브랙퍼스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세계사에서 영국이란 나라의 역사가 눈에 띄는 만큼 무언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번은 본토의 것을 찾아가 먹어보고 싶었다.


구글맵 검색으로 한 군데를 봐두었다.

바로 '제니스 카페(Jenny's cafe)'.

마침 숙소를 옮기는 동선에 위치한 까닭에 오는 길에 직접 눈도장을 찍고 올 수 있었다.

길도 알고 있겠다 지체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브로클리와 뎁포드 사이의 성 존스
교회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
열심히 걸어서
아기자기한 집들을 지나
작은 광장을 지나면
길 건너 제니의 카페가 보인다.


한 번 지났던 길이라 그런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도착했지만 다행히 브랙퍼스트 메뉴를 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창문에 붙은 'All Day Breakfast'라는 문구가 반가웠다.

정말로 괜찮은 가게인지 손님들도 적당히 있었다.

80% 정도의 테이블에 이미 주인이 있었다.

역시나 동네가 동네인지 직원도, 나를 포함한 손님들 대부분도 유색인종들이었다.

뉴 크로스 역 부근부터 여기까지, 머리에 그렸던 런던의 모습은 아니지만 숨겨진 런던의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라 좋았다.


메뉴판. 브랙퍼스트 세트 메뉴 외에도 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다양한 메뉴에 잠깐 고민을 하긴 했지만, 여기에 온 원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그래서 옆으로 돌아가는 눈을 브랙퍼스트 메뉴판에 고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안에서도 옵션이 다양했다는 것인데, 그래도 베지테리언 메뉴는 고려 거리가 되지 않아서 1~5번의 메뉴만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다 무난해 보였지만 아무래도 우선순위로 적혀있는 메뉴가 스탠다드가 아닐까 하는 추측으로 1번과 2번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Chips'라면 피시 앤 칩스처럼 우리가 아는 감자튀김, 프랜치프라이가 나오는 것 같고...

그런데 'Bubble'이 뭐지?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 버블의 정체를 물었다.

거대한 덩치와 험악한 인상에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는 사람 좋은 직원.

으깬 감자로 어떻게 저떻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감자라면 나쁘지 않지!

역시나 경험주의인 나는 호기심에 1번 메뉴, 감자튀김보다 버블이 들어간 메뉴로 주문을 했다.


손님이 많다. 주로 나 같은 혼밥손님들.
나왔다! / 비웠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다행히 입에 맞지 않는 것은 없었다.

대망의 버블도 부침개 같은 친숙한 비주얼로 맛깔나게 먹을 수 있었다.


약간 양이 모자란 감이 있었지만 식사는 이걸로 마무리다.

너무 허겁지겁 먹은 터라 포만감은 천천히 올라오겠지.

시간이 부족한 포만감을 채워줄 것이었다.

가게를 나서며 직원에게 엄지를 척 들어주었다.


"Best breakfast ever!"


주문을 받은 직원도 만족스러웠는지 껄껄껄 웃으며 엄지를 세워주었다.

따스한 햇살 속으로 들어가 골드스미스 대학을 향해 걸었다.




ep.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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