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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Mar 18. 2024

ep.11 골드스미스 대학에 도착하다

후진 동네의 꼴통학교? 유니버시티 오브 런던 소속의 명문대학!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오늘의 메인 이벤트, 골드스미스 대학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사를 했어도 결국 같은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라 10분 정도를 조금 걸어서 도착했다.


런던에서 심심찮게 한국 음식점을 볼 수 있다.
중고 가구 판매점으로 추정되는 가게 앞모습 



그리고 드디어 보이는 골드스미스 대학 건물.

'Goldsmiths', 학교의 서체가 단순하지만 어딘가 감각적이다.

떠오르는 IT 계열 스타트업 기업의 로고로 사용되어도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


구글맵 상으로 볼 때 캠퍼스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작지도 않았다.

보통의 종합대학처럼 내부에 건물이 여러 채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 보이는 저 건물은 무슨 역할을 하려나?

전형적인 벽돌건물로 재미없어 보이는 생김새에 어쩐지 학교의 행정실 등이 위치할 것 같다.

사실확인은 직접 들어가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


골드스미스 대학. Goldsmiths, 서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다행히 학교 건물은 개방되어 있었고 출입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던 그때의 기분으로 돌아가 룰루랄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의 마인드셋은 이미 골드스미스에 다니는 학생 중 한 명이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작은 로비.

좌우로 적절한 개수의 둥근 테이블들과 간소한 의자들이 있었다.

예상과 달리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바, 방학기간인가?

대학생들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외지인으로서 교내 구경을 하기엔 사람 눈이 없는 것이 편했다.


몇 개의 테이블 중에 하나가 어지러웠다.

궁금해 다가가 보니 포스터나 피켓을 만들고 있었나 싶은 흔적들.

그 흔적들 마저도 어딘가 학생스러운 모습이라 보기가 좋았다.


그리고 뒤이어 보이는 교내 게시판.

선거를 앞두고 있는지 선거 후보들의 포스터도 있었고, 스터디 모집이나 강연 예고 등의 포스터들이 있었다.

어딘가 틴에이지 영드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를 준비한 흔적이 로비 테이블에 남겨져 있다. 나중에 다시 와서 정리하고 갈 거지 얘들아?
campaigns and activities officer 자리를 두고 선거전이 한창이다.
건물 안에 강당도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그랜드 피아노
아마 이 건물의 이름은 'Richard Hoggart Building'


중앙에는 거대한 강당이 있었다.

건물 중앙의 강당을 빙 둘러가며 복도와 다른 방들이 있는 구조였다.

강당으로 한 번 들어갈 수 있을까?

잠깐 호기심이 들었지만 육중히 버티고 있는 문을 감히 열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고, 잘못하다간 학교 수위를 호출해버릴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옆의 복도를 따라 걸었다.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을 낮은 층고와 내부 구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관리는 잘 되고 있어서 낡아서 좋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칠하지 오래되지 않은 듯한 페인트. 색감이 조화롭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바로 붙어있는 건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The Balcony'

발코니라면 대개 좋은 경치를 볼 수 있기 마련이기에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이름이었다.

문을 열고 인접 건물로 넘어갔다.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것과 다르게 '더 발코니'는 이 빌딩의 카페테리아의 이름인 것 같았다.

어느 호텔의 식당 이름이 '그랜드 키친'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리라.

복층 구조의 카페테리아에는 학생들이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은 물론,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학식에서도 옆에 비슷한 공간이 있는 것이 떠올랐다.

이렇게 한국 대학과 영국 대학 사이의 작은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곳 카페테리아에서 드디어 골드스미스 학생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물론 방학일지도 모른다는 내 추측에 부합할 정도로 학생들은 수는 적었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소수의 학생들.

그들은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열중하고 있었다.

전공이 무엇이려나?

이상하게 이날 내가 본 학생들 대부분은 흑인이거나 동양인이었다.

아무래도 동네가 동네다 보니 학생들의 구성도 그런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의 흐름이 닫자 갑자기 뉴 크로스 인근 동네가 가졌던 후진 이미지가 골드스미스 대학마저 덮어버렸다.


이런 뉴 크로스 틱한 이미지가 씐 때문인지 당시에는 이 골드스미스가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내에 위치하기만 한 '인서울 4년제 대학' 정도의 위상이지 않을까 지래 짐작을 했다.

허나 나중에 찾아본 결과에는 반전이 있었는데, 바로 골드스미스 대학도 대영박물관 근처 런던 중심가에서 보았던 학교처럼 '유니버시티 오브 런던'의 소속이라는 점.

그래도 영국 내에서 좀 먹어주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주력 부분은 미술과 미디어 등의 예술에 명성이 있다는 것 같았다.

한 번은 들어보았을 '데미언 허스트'와 요즘 한국에서도 자주 보이는 걷는 사람들의 '줄리언 오피'가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더욱이 줄리언 오피의 경우에는, 이어진 런던의 뒷일정에서 나는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를 방문하게 된다. (물론 그 순간까지 그가 골드스미스 출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발코니 2층에서 보는 가든 뷰
카페테리아 '더 발코니'의 1층과 2층
햇빛이 좋다.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그들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멀찍히 떨어져 중정이 보이는 쪽으로 걸었다.

1층의 유리문을 열고 건물의 중정으로 갈 수 있었다.

햇살이 너무 좋아 건물 내부로 이동하는 대신 중정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누가 런던이 흐린 날만 있대!
이름 모를 석조 작품


잠깐의 햇빛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건물로 들어와 복도를 걸었다.

복도들을 지나 이 건물을 나갔다.

사람이 적어 조용한 복도에 내 발걸음 소리만이 뚜각뚜각 울려 퍼졌다.


자유롭게 낙서가 가능한 벽...이라서 낙서가 있는 거겠지?
삐뚤어진 포스터 하나가 게시판의 미를 완성시키고 있다.
나가는 문 바로 옆에 열려있는 작은 강의실
역시나 멋들어진 학교의 서체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을 나오니 거대한 녹지가 눈에 들어왔다.






ep.1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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