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해 보자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그래, 밀. 어. 닥. 치. 다.
이 표현이 맞겠구나 싶을 정도로 두드려 맞는 기분이었다.
작은 아이가 엊그제는 말한다.
"엄마가 싸주는 김밥은 진짜 맛있어~!"
하나 먹어보라고 애원을 해야 라면으로 배 채우며 겨우 두세 개 먹던 녀석이 웬일이야~ 이제 김밥맛을 알게 된 거야? 그렇다면 엄마가 솜씨 또 발휘해 보지~!
어제는 작은 녀석을 위해 김밥을 준비했다.
녀석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딴생각이 들지 않게 무엇이든 해야 한다. 밤새 뒤척여 아프던 머리도 맑아지는 듯했다. 학교 마치고 오면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어도 맛나게 먹어주겠지? 기대했었는데, 하교 후 바로 친구들과 근처 놀이터로 달려가 버렸다. 약속 시간에 돌아와 김밥을 꺼내 놓으니, 친구 엄마가 사준 라면을 편의점에서 먹고 왔단다. 배 안 고프다며 저녁은 패스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김밥 못 먹어줘서 미안해요~"
너의 마음이 담긴 한마디가 요즘 나를 살게 한다는 거 알고 있을까.
큰아이와 학습 문제로 이런 갈등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녀석과의 대화가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지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사춘기라 했던가. 내 아이에겐 아니겠지.. 했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의 모든 이야기가 녀석에겐 삐딱하게 꽂히나보다. 조심하고 견디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 식사 메뉴로 나누는 대화가 그나마 순풍이다.
오늘은 늘 찾던 카레 대신 된장국을 먹겠단다.
" ○○, 이거 미나리전이야. 향이 어때?"
"오랜만에 멸치도 볶아봤어~"
(공부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봐야 두어 마디면 끝이다.)
이 몇 가지 음식에 너와 잘 지내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걸 알고 있을까. 요즘 녀석 생각을 깊게 할 수가 없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오늘 아침엔 오랜만에 녀석과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하루씩만 더 네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길...
무엇이든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오늘은 닭개장을 끓이려고 토종닭을 주문했다. 글을 올리고 나면 마트 가서 나머지 재료를 사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일 것이다. 닭이 끓고 고기를 발라내고.. 틈틈이 큰 녀석이 아침에 맛나게 먹고 나갈 상상을 하겠지. 잡생각을 떨쳐보려 한다. 시시껄렁한 이야기일지라도 몸부림쳐본다. 요즘은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