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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다독임

무엇이든 해 보자

by 날마다 하루살이 Mar 21. 2025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그래, 밀. 어. 닥. 치. 다.

이 표현이 맞겠구나 싶을 정도로 두드려 맞는 기분이었다.


작은 아이가 엊그제는 말한다.

"엄마가 싸주는 김밥은 진짜 맛있어~!"

하나 먹어보라고 애원을 해야 라면으로 배 채우며 겨우 두세 개 먹던 녀석이 웬일이야~ 이제 김밥맛을 알게 된 거야? 그렇다면 엄마가 솜씨 또 발휘해 보지~!

어제는 작은 녀석을 위해 김밥을 준비했다.

언제나 딱 네 줄만 싸요~언제나 딱 네 줄만 싸요~


녀석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딴생각이 들지 않게 무엇이든 해야 한다. 밤새 뒤척여 아프던 머리도 맑아지는 듯했다. 학교 마치고 오면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어도 맛나게 먹어주겠지? 기대했었는데, 하교 후 바로 친구들과 근처 놀이터로 달려가 버렸다. 약속 시간에 돌아와 김밥을 꺼내 놓으니, 친구 엄마가 사준 라면을 편의점에서 먹고 왔단다. 배 안 고프다며 저녁은 패스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김밥 못 먹어줘서 미안해요~"


너의 마음이 담긴 한마디가 요즘 나를 살게 한다는 거 알고 있을까.




큰아이와 학습 문제로 이런 갈등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녀석과의 대화가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지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사춘기라 했던가. 내 아이에겐 아니겠지.. 했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의 모든 이야기가 녀석에겐 삐딱하게 꽂히나보다. 조심하고 견디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 식사 메뉴로 나누는 대화가 그나마 순풍이다.

오늘은 늘 찾던 카레 대신 된장국을 먹겠단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 ○○, 이거 미나리전이야. 향이 어때?"

"오랜만에 멸치도 볶아봤어~"

(공부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봐야 두어 마디면 끝이다.)


이 몇 가지 음식에 너와 잘 지내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걸 알고 있을까. 요즘 녀석 생각을 깊게 할 수가 없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오늘 아침엔 오랜만에 녀석과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하루씩만 더 네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길...




무엇이든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오늘은 닭개장을 끓이려고 토종닭을 주문했다. 글을 올리고 나면 마트 가서 나머지 재료를 사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일 것이다. 닭이 끓고 고기를 발라내고.. 틈틈이 큰 녀석이 아침에 맛나게 먹고 나갈 상상을 하겠지. 잡생각을 떨쳐보려 한다. 시시껄렁한 이야기일지라도 몸부림쳐본다. 요즘은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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