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리 덜 아프게 도와줘서 고마워요~!"
작은 아이가 어제저녁에 웃으면서 내게 건넨 말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동안 절룩이던 다리에 문제를 인지한 후 대학 병원을 찾았다. 며칠 '그러다', '말다'를 반복하다 '말다'가 없어지고. '그러다'만 지속되어 병원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미련한 엄마였을까.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과 연결된 힘줄이 좀 짧다는 소견을 들었다. 6개월 정도 재활 치료를 해보고 호전이 안 되면 수술을 해야 한단다. (원래 아기 때부터 가지고 있던 브라운트병은 나중에 성장판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수술을 해야 한다면 어려운 수술인가요?"
"아닙니다"
기계처럼 건조하게 답하는 교수님과 달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담당 교수님은 재활의학과 진료를 권해주셨고, 우린 다음 예약일에 맞춰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아이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
"엄마, 이 정도면 병원 갈 정도로 아픈 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이제 갓 10살을 넘긴 녀석은 되려 엄마를 안심시키려는 듯했다. 그런 녀석에게 나의 불안감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재활의학과 교수님은 척추 사진을 찍어 보여주셨다. 교수님 예상대로 척추가 휘어진 사진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당일 치료가 가능한지 알아보시겠다고 했다. 건조했던 정형외과 교수님과 다른 따뜻함을 전해받았다. 재활 치료사님의 일정을 확인하고 다행히 빈자리가 맞아서 당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침 그 시간에 못오게 된 환자분이 계셨다. 당일 치료를 받게 된 건 운이 좋았다.
30분 동안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듣고 따라 해 보기도 하면서 주의 사항과 집에서 해야 하는 동작들을 연습했다. 치료사님의 지시대로 잘 따라주는 녀석이 기특해 보였다.
"이렇게 하면 좀 불편하지?"
"네"
치료사님의 지시대로 잘 따르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잘 참는 녀석이 고마웠다.
근데 문제는 집에 와서 해보자 하니 아프다며 힘든 내색을 보이는 것이었다. 엄마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여도 된다는 믿음에서 나온 어리광일 것이다. 당연히 아프고 견디기 힘들겠지. 힘들어하는 녀석과 씨름하며 타협한 것이 간단한 동작만이라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시도해 보려니 잊어버린 것이 태반이다. 이런 망할 놈의 기억력..ㅠ
"엄마, 오늘은 처음이니까 요정도만 하면 안 돼?"
"그래. 천천히 조금씩 늘려가자~"
마음은 급했지만 녀석의 상태도 살펴야 했다. 없던 근육을 만들어 코어를 강화시켜야 한단다. 근육량이 너무 적단다. 안 하던 운동을 하려니 녀석이 힘든 건 당연한 것이었다. 운동을 안 해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운동 시작하는 처음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녀석을 이해했고 마음이 무겁지만 잘 달래서 실행을 해야 했다. 녀석에게 가끔은 단호한 말투가 섞여 나갔다. 평소엔 사용하지 않던 말투였다.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아픈 마음은 또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되었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하루 2회씩 하던 운동.. 넷째 날부터 3회로 늘렸다.
"하낫, 둘, 셋, 넷... 아홉, 열~!"
바른 자세 유지하느라 버티는 손에서 바들바들 떨림이 줄었고 숫자 세는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어제는 집에서 운동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걸을 때 절룩이는 모습이 미세하게나마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바람이 판단력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녀석도 통증이 조금은 덜해졌다고 말했다. 급기야 어제 저녁에는 저녁 운동을 마치고 내게 감동의 말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가...
"엄마, 다리 덜 아프게 도와줘서 고마워요~"
5일 운동하고 무슨 큰 변화가 있겠냐마는 아무래도 첫날 시작했을 때 느껴지던 힘겨움이 점점 가시면서 운동하기 싫은 느낌은 줄어든 것 같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마음 자세로 바뀐 것만으로도 엄만 오히려 네게 고맙고 감사하다. 더 빨리 방법을 찾지 않고 괜찮아지겠지... 했던 무심한 엄마에게 그런 감사를 전하다니... 지난 며칠 힘든 시간 견뎌주어서 너무 고맙기만 한데... 내게 이런 호사스러운 감정을 나눠주다니... 고맙고 또 고맙다~!
이 상태에서 얼마나 상황이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선물처럼 다가와주길 바라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곁에서 함께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