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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n 27. 2024

입장 따라 생각 따로

어린이날 시댁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렀다. 어버이날이 따로 가족행사 치를 수 있는 주말로 선정되는 해 말고는 어린이날을 따로 계획하지 않는다. 무조건 시댁 행사가 우선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시댁행사를 마친 1박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린 대도시에 살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 한 번 가는 날을 대단한 나들이로 여겨 쇼핑 목록을 풀어놓는 좋은 기회로 여기게 되었다. 물론 녀석들의 어린이날 선물도 간단히 사주면서...


이번에는 늘 사던 치킨과 아빠 베갯잇, 근처 마트에선 살 수 없는 오리 고기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큰 아이의 입을 옷 몇 가지를 사기로 했다.


우린 늘 가는 매장만 가는데 바로 '탑텐키즈'매장이다. 여러 매장을 둘러봐 봤자 애들 옷이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는 생각과 쇼핑을 별로 즐기지 않는 아빠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아마 녀석들이 딸들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ㅎ


맘에 든다 오케이 한몇 가지 옷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주인아저씨와 이것저것 체크하는데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붙인다.


"사모님.. 이것 좀 봐주세요

이 색이 나아요, 이 색이 더 나아요?"


대 여섯 살 쯤의 여자아이 옆에 할머니로 보이는  분께서 난감한 선택의 상황에 빠지신 듯 보였다. 오지랖 이윤정이 여기 이 순간을 무심코 지날 리 만무하다!


"네.. 할머니신가 보네요~~"

"아, 네.. 얘들 애미는 맨날 닥스 이런 거만 입혀서,

내가 싼 거 사주려고 데려왔어요~"

요즘 말로 TMI토크! 불필요한 정보까지 발설된 상황이었다.


싼 거...

이 말이 화근이었다!

 

우리 거  계산기 두드리시던 사장님께서 발끈하셨다!


"싸다니요, 우리 브랜드도 비싼 브랜드예요~~~~!!!"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가다니...!

누군가 정치가 생물이라고 한다. 내가 볼 땐 대화도 생물이다.

내가 듣기에.. 그 이야기의 요점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소비 습관이 맘에 안 들어 불평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불평의 화살이 엄한 데에 가서 꽂히게 된 셈이다.

모든 대화가 화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각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화내용이 진화와 변이를 하고 있었다.


부드러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윤정 님이 나서야 했다.


"아~~ 상의 색으로만 보면 노랑이 잘 어울리는데 세트로 같이 입으니 핑크 쪽이 더  산뜻해 보이네요~!!"


우린 계산하고 나왔고, 그 두 분의 뒷 상황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대화가 계속 진화를 했을지 퇴화를 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요]

[사람과 사람 사이 여유 공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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