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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1. 2024

두 개의 길

선택은 내 맘대로 하게 해 주세요


옆에 남자와 늘 다니는 산책길이다. 이 남자가 일이 없는 일요일엔 같이 걷지만 평소엔 나 혼자 걷는 길이기도 하다. 얼마 동안 보도블록 교체로 이 길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두었었다. 좀 번거롭지만 길 건너 걷다가 두어 번의 횡단보도를 지나 다시 건너와야 했다.


하지만 공사라는 것이 끝이 있는 작업이니 잠시 동안만 불편을 감수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 이제 끝이 났구나'

공사 중이던 길가엔 포클레인도 일하시던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어~!'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내리막 길이다. 좀 힘든 구간 지나고 몸에 조금 과부하가 걸려오는 단계에 마주친 공사는 좀 번거롭게 느껴졌었다. 그런 공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마지막 힘을 내서 걸으려는데 바닥이 미끄러워 좀 방해가 된다. 난 곧 차도 아래 노란 선 바깥에 자리한 좁은 길로 걷기 시작했다. 다리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걸으며 노래하기 힘들 때처럼. 그렇다. 미끄럽지 않으니 한결 걷기에 수월하다~!


그런 구간을 혼자 걸을 땐 상관없었다. 근데 일요일이 되었다. 이 남자랑 같이 걷게 되니 문제로 생각지 않던 것이 문제로 발현되었다.

"서방~ 난 여기서 내려서 이 길로 간다~"

"거긴 차도잖아. 위험하니까 인도로 올라와서 걸어~"

어찌 보면 자상하고 다정한 말이지만 나의 힘 빠진 다리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니 곱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아~~ 진짜! 같이 걸으니 잔소리 듣네~~~'


[내게 좋은 거 네게 좋은 거, 다를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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