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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리연 Dec 25. 2024

Self Anatomy_3

[One of them] 말고, Only You~

내가 제일 예쁘던 시절.

20대 초중반,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을만큼 순수했기에 더 반짝이던 그 시절.

난 한 번에 여러 사내에게 사랑고백을 받은 적이 꽤 있었다.

솔직히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고백 받을만큼 뭐 대단히 예쁜 미모는 아닌데, 분명 사내들에게 어필되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여튼.

그럴 때마다 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항상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것!]


가끔은 친한 친구들로부터 가진 자의 여유네 뭐네 하며 질타를 받기도 했으나,,,

그때의 나에겐, 그게 최선이었다.

아니,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상담사 선생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물었다.


"그 중에 당신 마음에 드는 사내가 있어도... 그래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나요?"


[네.]


"왜요?"


[내가 뭐라고. 누구는 선택하고 누구는 거절하나요?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헐.......!"


진심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는 일이 싫었다.


"그럼 모두가 상처받는 거 아닌가요?"


[똑같이 거절 당해 받은 상처와 선택받지 못해 거절당한 상처 중 어느 게 더 아플까요? 전,,, 모두가 거절당한 건, 모두가 선택받은 거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one of them, 즉 불행에 당첨된 건 아니니까요.]


불행의 one

"one of them이 나쁜 건가요?"


[저에겐 너무 큰 상처와 좌절로 다가와요.... 아마 2녀 1남 중 선택받지 못한, 불행한 one이어서였을까요?]


"그렇군요...."




이렇게 얘기하면, 이런 희한한 발상 덕분에(?) 연애를 거의 못했거나 엄청 많이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난 딱 평균의 연애, 공식 3번과 비공식 2번의 연애 후 결혼했다.

그 흔한 말로 이별의 상처는 연애 횟수가 거듭될수록 덜 쓰라렸다.

처음엔 광년이처럼 거리를 쏘다니면서 울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잘 먹지도 못하는 술 몇 번 과하게 털어넣고 오바이트 몇 번 하는 걸로 얼추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과 연애해 결혼까지 이른, 언니와 남동생과 비교하면,

난 쉽게 이별을 말하는 아주 헤픈 여자였다.

연애 초기, 감히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엄마 앞에서 꺼이꺼이 상실의 통곡을 할 때였다.

우는 애 뺨 때리기라는 걸 엄마도 알았는지,,, 보다 못해 소심하게 연애 상담 및 조언이라는 걸 하셨더랬다.


"내가 니 이별을 가만히 지켜보니 특징이 있더라."


[특징? 무슨 특징?]


"음... 음..."


[뭔데?!]


"어떻게 사내가 너만 바라보고, 너만 생각하고, 너하고만 있을 수 있겠니? 공부도 하고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다른 생활도 해야하는데..."


[!!!]


"Only You...는 버거워. 누구에게나."


['나'라는 사람만 사랑해달라는 요구가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구나....]


그때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그리고 그 후로 이별하고도 울지 않았던 것 같다.

 


 

단 한명에게라도...


어쩌면 나는 성장하면서 엄마에게 온전히 받지 못한 절대적 사랑,,, Only you를 연인에게서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가끔,,, 부모로 인한 사랑의 결핍이, 배우자로 인해 채워지기도 해요...! 아주 가끔..."


난 '가끔의' 기회도 잡지 못한 것 같다.


[당신이 선택해요, 나야, 당신 엄마야?]


한 때 남편에게 이렇게 절규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One of them이 되는 경험은 내게 참 힘들다.

희망고문을 받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인가?

선택이든, 거절이든 결론이 있는 게 좋지, one of them 상태로 끝없이 불안해하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

그래서 난 본능적으로 그런 상황이 오면, 평등한 아픔을 선택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프리랜서 작가라는 직종 또한 이런 환경의 연속이다.

난 이리도 어리석었던 거다.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상황을 평생 겪어내야 하는 줄도 모르고 프리랜서 작가라는 일을 선택하다니...!

그런 면에서 난 졌다. 모든 경우에서.

나를 잘 알지 못했기에...

내 치부를 알지 못하고 감히 전쟁터에 나갔기에...

승리하기 힘든 결투를 감히 신청했기에...


항상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면서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상처에 또 상처를 내면서 사는 건 왜 이렇게 아픈 거냐고 바보처럼 울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날 one of them 상황에 몰아넣지 않기로 했다.

아니, 내가 그런 상황에 쥐약이라는 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거절당했을 때 너무 크게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그래도...

지금이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Only You]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무의식에라도 남아있다면...

난 태생이 어리석은 걸까? ^^


* 제 상담은 친애하는 유재인 상담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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