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목표
목표는 삶의 빈 공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줍니다. 하얀 도화지 같던 일상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붓과 같습니다. 작은 목표 하나하나가 완성되어 갈 때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가 완성되는 것처럼, 삶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동경은 낯선 세계의 문을 열어주고, 악기를 배우는 여정은 가슴 깊은 곳에 잠자던 감성을 일깨워줍니다. 마라톤 완주라는 도전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짜릿한 경험을 선사하고,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과정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여름밤님,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말 여름밤님의 메일을 받고, 너무 기쁜 마음으로 한 주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사실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메일을 교환하자고 제안을 드리긴 했지만 정말 메일을 보내주실지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도 그럴것이, 마지막 여름밤님의 편지 내용은 앞으로 더욱 바빠지실거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편지를 계속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혹여나 여름밤님을 괴롭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터라, 메일을 확인했을 때는 가슴이 터지는 줄만 알았어요. 너무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내적댄스를 췄던 것 같아요.
그렇게 쉼 없이 내려간 여름밤님의 편지는 역시나 너무 멋졌고, 제게 큰 힘을 주었답니다. 특히 '앞도 보고 뒤도 보는 등산은 인생과 꼭 닮았다' 라는 문구는 제 마음 속에서 깊게 울렸어요. 그냥 힘들다. 특별했다. 정도에서 끝날 수 있는 경험과 시간들 속에서 여름밤님만의 삶의 해석을 이끌어내시는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사진을 보고 저도 이른 시일 내에 꼭 영실코스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너무 예쁜 배경에 매료되고 말았거든요. 여름밤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우리가 사는 이 별이 아닌 다른 세상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여름밤님 덕분에 잊고 지냈던 안나푸르나에서의 추억도 가져올 수 있었답니다. 저 역시 그 곳에서의 시간들은 정말 꿈만 같았거든요. 특히 네팔인들의 신성한 산으로 불리우는 마차푸차레라는 산봉우리가 있어요.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인데, 현지인들에게 신성한 곳이다보니 올라갈 수는 없는 그런곳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볼 때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마주하는데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답니다. 4박 5일간의 등정 일정 내내 날씨가 얄밉게도 저희를 괴롭혀서 주변 경관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몸은 지쳐가고, 고산병으로 머리는 어지러우면서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답니다. 그럼에도 함께 걸어가는 이들과 서로 의지해가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올라갔어요.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기 20여분 전에 마법과 같이 그 동안 저희를 감싸고 있던 안개와 구름들이 걷혔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산군들의 모습은 지금 다시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기억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정말 대자연의 큰 흐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희열이라고 할까요? 말도 안되는 감동에 압도되어, 저희 일행은 한참동안 산을 바라보며 베이스캠프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였답니다. 마치 그간 저희의 고생을 알기라도 한듯 히말라야 산맥이 저희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소중한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자연의 따뜻한 응원과 선물을 한 아름 받고 마지막 베이스캠프에 오른 뒤 다음 날 이틀에 걸쳐 하산을 할 수 있었답니다. 이후에 등정의 근거지가 되는 포카라라는 도시에서 휴식을 즐기며, 잊을 수 없는 순간들도 맞이할 수 있었구요. 여름밤님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저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한 번 다시 가보려고 생각중이랍니다. 그 만큼 강력하게 추천을 드리는 곳이에요.
이렇게 잊고 있었던 추억을 새록새록 되살려주신 여름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봐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조금은 여름밤님의 문체를 닮아가려고 하는게 순간 느껴지기도 한 것 같아요. 늘 여름밤님의 편지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런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하며, 감탄을 내뱉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읽었던 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면서 저도 그 세심한 글결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예쁘고 다채로운 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전 메일에서 제게 겸손하고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말씀주셨는데, 그 말을 여름밤님께 그대로 전달드리고 싶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 여름밤님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정말 많이 발휘하는 분일거라고 믿어요. 혼자 눈물을 터뜨리던 순간 속에서도 결국 다시 한번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가진 분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거든요. 여러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늘 배움의 자세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분명 다른 분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을거에요. 당장 저 역시 여름밤님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큰 힘을 받은걸 보면 분명 다른 분들도 그럴거라 믿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선 여름밤님의 어려웠고 조금은 하기 쉽지 않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제한이 없으니만큼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공유해보면 좋겠네요. 현재의 여름밤님을 만들어준 그 때의 여름밤님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25년 목표와 취향찾기에 대해서 말씀주셨는데요! 이 부분도 정말 인상깊게 봤답니다. 여름밤님이 보시는 저는 취향과 주관이 뚜렷해보이신다고 했는데, 정말 저는 그런사람이긴 해요. 다만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게 목표이기도 해서, 여러 색의 다양한 취향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아해요. 세상에 의미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도 여름밤님의 목표처럼 올해는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겠어요. 사실 취업한 이후로 크게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삶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살아왔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현재의 안정된 환경에 안주한 지금은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물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여름밤님의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 한 해 여름밤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 새로운 취향과 경험은 어떤게 될지 저도 벌써 기대가 되네요. 마치 정말 친한 친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분명 멋진 취향을 찾으실 수 있으실거에요. 옆에서 늘 응원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혹여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술에 대한 취향 찾기라는 대목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사실 저는 대학교 시절 알게 된 선배의 권유로 자격증을 따고 바텐더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마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하시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술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취향을 찾아보려는 모습. 잘 하진 못해도 스스로를 더욱 알아가려는 모습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여름밤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게되어 늘 신선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참, 제 목표를 말씀을 안드렸네요. 제 목표는 사실 크게 대단하진 않고, 소소한 것들이 많아요. 정량적인 것부터 정성적인 것까지 다양하기도 하고요.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첫 번째로 작년보다 크로스핏 실력이 늘어나는 거에요. 할 수 없었던 동작들 중에서 버터플라이 풀업이라는 것과 링머슬업이라는 동작을 성공하는 것이 목표에요. 추가적으로 현재 흔히들 3대 운동이라고 하는 무게 치는 운동이 있죠? 그 무게의 앞자리를 바꾸는게 목표이기도 해요. 나이가 들어감에도 조금 더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들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로, 일본어 자격증을 따는 거에요! 이전 편지에서 썼던것과 같이 못내 아쉬움이 남아 있어 최소 3급은 올해 안에 따보려고 해요. 이 부분이 아마 제가 가장 큰 응원이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왜 세월이 흘러갈수록 꾸준히 공부하는게 더욱 어려워지는걸까요? 아마 절박함이 덜해서겠죠..?
마지막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거에요. 저는 기나긴 여행의 끝에서 내린 결론 중 하나가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게 목표에요. 이건 제가 노력한다고 마음대로 될 것 같진 않지만요. 그럼에도 제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다 보면 기회는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자잘한 목표도 몇 가지 더 있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아서 여기까지만 제 목표를 말씀드릴게요!
저 역시, 여름밤님의 올해 목표인 새로운 취향 찾기에 대해서 꾸준히 여쭤보고 근황을 나눠볼 수 있도록 할게요.
메일을 쓰다보니 또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분명 8시 정각에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9시가 넘어갔네요. 그 만큼 또 편지가 길어졌다는 뜻이겠죠? 여름밤님과의 소통은 언제나 늘 즐겁기에 저도 모르게 계속 말이 길어지는 것 같아요. 글이 너무 길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드릴게요.
사실 여름밤님의 메일을 받고 바로 답장을 드리려고 했지만, 첫 번째 메일이니만큼 조금 더 정돈된 이야기를 담아서 보내드려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일주일간 고민하다 여름밤님과 비슷한 시간에 답을 드리게 되었네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메일을 드리도록 할게요! 꼭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아야 보내는 형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면서 말이에요.
이번 한 주는 정말 주머니 속에서 손을 빼는 순간 손이 꽁꽁 얼정도로 추운 날씨의 연속이었는데요. 여름밤님의 마음속에서는 늘 여름밤과 같이 싱그러운 일들만 가득한 한 주 였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조금 속상한 일이 있거나 조금은 버거웠다면, 이 편지가 기운을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한 주는 날이 조금씩 풀려서 슬슬 봄내음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새싹이 돋아나고, 연분홍 빛으로 물든 벚꽃이 만개한 따사로운 봄날만큼이나 여름밤님의 삶에도 아름다운 기억들로만 수 놓아질 수 있기를 바랄게요.
25. 02. 09, 테드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