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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편지 - 아쉬움

여름밤

by 여름밤의 테드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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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때로는 인생의 길목에서 아쉬움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마치 손끝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작은 조각처럼, 우리의 마음은 그 순간을 붙잡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도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조각을 깎아가는 조각가이기 때문입니다.



조각가는 대리석을 깎아내며 자신의 예술을 만들어갑니다. 때로는 잘못된 칼질로 인해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은 작품을 완성해가는 중요한 일부입니다. 떨어져 나간 조각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그 자리는 새로운 형태로 채워질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만약 그때…' 라는 가정이 몇 개의 조각들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더 매끄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되었을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그 때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만큼이나 서툴기도 하며, 망설이기도 하는 가장 보통의 사람이었습니다. 어딘가 울퉁불퉁하고,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그 자체로 세월이라는 장인이 정성스럽게, 때로는 거칠게 다듬어낸 자신만의 독특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믿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됩니다. 그 순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후회는 과거에 머무르게 하지만, 아쉬움은 미래를 향한 한걸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조각을 깎아가는 여정에서 아쉬움을 느끼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자신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자신의 손끝에서 탄생할 그 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뿐인 걸작이 될 것입니다.




테드님, 안녕하세요~! 

저 여름밤이에요. 알림이 뜨지않아 조금 늦게 편지를 확인했네요..! 잠들기전에 보내주신 편지를 읽어나갔어요. 

2월이지만 아직도 많이 춥네요. 잘 지내셨죠?

제가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끝으로 지난 편지를 마무리 했었는데요, 알고보니 가벼운 감기가 아닌 지독한 감기였어요. 심지어 감기때문에 처방받은 약과 제가 먹은 음식(돈까스, 떡볶이 등)이 원인이 되어 위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됐어요. 그래서 위에 상처가 생기면서 너무 아팠어요 



살면서 이렇게 위가 아픈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마음이 일단 컸고 그 다음으로는 먹고싶은 것 제대로 못먹고 회사업무에도 차질생기고, 잠까지 푹 못자면서 많이 힘든 한 주를 보냈었어요. 몸이 아프니까 별거 아닌 일에도 서러워지고 마음이 쉽게 지치더라구요. 정말 다행히 지금은 회복해서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답니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꼈고 건강하지 못하다면 돈을 벌어 무엇하겠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어요. 편지의 서두부터 건강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게 됐네요. 제가 잔병이 거의 없는 편이었어서 이번에 아팠던 것이 더 크게 다가왔나봐요. 테드님도 건강관리 꼭!!!! 잘하시고 아프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일단 제 편지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덕분에 한 주가 유쾌하셨다니 뿌듯할 뿐이에요. 저도 테드님의 따뜻한 언어로 가득찬 편지를 읽고난 후의 밤은 유독 더 좋은 꿈을 꿨던 것만 같아요. 보내주신 사진도 너무 멋져서 여러 번을 살펴봤어요. 사진 오른쪽 위에 걸린 반달까지 완벽해요! 사진으로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면 어떨까요? 두 눈으로 보고있으면서도 이게 실제가 맞는지 비현실적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맑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날씨란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 힘들때가 많죠. 그래도 비온 뒤 맑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흐린 날을 겪고나서 맑은 하늘을 볼때 기쁨도 크지않나 싶어요. 안개와 구름으로 가득 찼던 곳이 서서히 걷히면서 드러났던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았을 것 같아요. 잊고있던 여행의 기억을 꺼내서 추억하는게 인생의 낙 중 하나가 되니까 여행을 끊을 수가 없나봐요. 테드님의 생생한 기억을 들으니 저도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어져요. 세상은 넓고 가보고싶은 곳도 많은데 언제쯤 다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많은 곳을 여행다녀보신 테드님이 더욱 부러워요. 제가 살면서 크게 후회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학교 방학때 또는 휴학해서 해외로 장기 배낭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저는 대학교때 학과 학생회를 하면서 과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거기에만 좀 매몰되어 있었거든요. 물론 그로 인해 즐겁고 그 안에서 배운 점도 많았지만.. 그때여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나고보니 느끼게 되더라구요. 

특히나 직장인이 된 지금은 휴가를 내더라도 1주일 이상 길게 내기 어렵기도 해서 더 그런가봐요. 그래서 언젠가는 제가 직장생활을 은퇴를 하게 된다면 여러 나라에서 한 달 살이도 해보고 남미와 같이 먼곳도 한 번 가보고싶어요!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보고싶고 테드님이 가보신 안나푸르나도요..! 하고 싶고 가고깊은 곳 투성이네요. 그러기위해선 열심히 일을 해야겠죠. 이렇게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하면 인생이 어쩐지 짧게 느껴져요.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제 취향찾기를 응원해주셔서도 감사해요. 세상에 의미없는 경험이 없다는 테드님의 말씀은 제 생각과 일치해요. 저도 일단 해봐야 내가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고 배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술에 대한 취향찾기는 저의 위장이슈로 인해 약간 미루기로 했어요..! 테드님은 그럼 조주기능사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신거죠? 집에서도 가끔 칵테일을 만들어드실까요?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제 주변에 바텐더로 일하셨던 분은 처음이라 신기해요. 제가 지난 연말에 아페롤 스프리츠라는 칵테일을 마셨었는데 이게 저한테는 정말 맛있더라구요. 앞으로 칵테일도 이것저것 마셔보면서 너 무슨 칵테일 좋아해? 누군가가 물어보면 당당하게 나 이 칵테일 좋아해! 답하고 싶어졌어요. 



테드님의 올해 목표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로스핏 링머슬업 영상을 잠시 봤는데 엄청난 동작이네요…! 안되던 동작이 될때의 희열과 성취감이 얼마나 클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올해 일본어 자격증 공부도 하시는군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 취득까지 생각하시는게 대단해요. 꾸준히 공부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테드님의 이야기에 정말 공감이 가요. 퇴근하고나면 마냥 쉬고싶은 생각이 커져서 그런가봐요. 저는 공부는 아니지만 독서가 이제 습관이 됐는데요. 습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오늘 이 책 무조건 읽고잔다! 이게 아니라 한쪽이라도 읽어야지, 하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서라고 생각해요. 이걸 매일매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책을 펼치게 되더라구요. 테드님도 뭐든 꾸준히 하시는 것 같아 끈기가 굉장하실텐데 일본어 공부도 충분히 가능하실거라 믿어요. 저도 올해 추가된 목표를 하나 살짝 공유드리자면 하루에 10분씩 스페인어를 공부하려고 해요. 원래는 불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름에 스페인으로 여름휴가를 가려고 해서 목표를 급변경했어요. 



스페인에 가서 말 한 마디라도 해보는게 목표입니다! (그런데 스페인어 굉장히 어렵네요.. 쩜쩜…)

테드님이 알려주신 마지막 목표는 저도 비슷하게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뒀어요. 사실 저는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성향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내가 겪는 경험들을 나누고 그 경험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순간 들더라구요. 하지만 마음맞는 사람을 만나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말은 쉽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것 중 하나 아닐까 싶어요. 제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나 싶기도하구요. 그래도 목표를 향해 힘내봐요!!!!  2월도 어느덧 중순이 지나 말일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중이네요. 제가 회사 내부 변동으로 인해 2월에 많이 바쁠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3월말로 다행히..?! 딜레이가 됐어요. 그나마 연초 바쁜 시즌과 겹치지 않게 되면서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2월의 저는 거의 2주간을 아팠던지라 돌이켜보면 약을 챙겨먹던 제 모습만 떠오르네요..! 



테드님의 2월은 어떠셨을까요? 즐거운 일만 가득하셨길, 그리고 남은 2월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면 좋겠어요. 전 이제 컨디션도 회복했고 날도 슬슬 풀릴테니 3월부턴 다시 활동적으로 움직여보려고 해요. 

내일은 신나는 금요일이에요. 하루는 길게 느껴지는데 한 주는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저는 주말에 친한 직원들과 영화도 보고 또 다른 날은 전시회를 보러가려고 해요. 테드님도 주말 잘 보내시구요.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 편지때 더 좋은 이야기 가득 담고 찾아뵐게요. 




25. 02. 20, 여름밤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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