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특별한 느낌으로 맞이하던 삼월이 벌써 끝나가기 시작한다. 겨울을 보낸 삼월은 기지개를 켜며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왔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로 다른 계절에 비해 시작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학교는 신입생을 받아들이고 농가에서는 이른 아침 시간이 바쁘다. 나도 뭔가 계획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날마다 쓴다. 다짐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일쑤인 까닭으로 의지박약인 내 성격으로 잘 해낼지 장담할 수 없기에 '흐린 잉크가 명철한 머리보다 낫다'라는 말을 의지한다.
삼월이는 벌써 달력의 마지막을 지나간다. 올해 삼월의 날씨 중 반은 겨울이 다시 찾아든 것처럼 추워서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날씨는 근처 백목련을 피게 하고 급히 지게 한다. 입고 있는 겉옷을 벗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더위를 느끼는 모양이다. 사람은 날씨에 적응하느라 힘이 들고 땅속의 풀은 움터 나오느라 흙을 들썩거리며 나무에도 새순이 돋아 나오느라 바쁜 움직임이 보인다. 조금만 고개 돌려 사방을 둘러보면 천지가 유채꽃이 피어 노란색으로 물이 들고 있다.
누가 정해놓지는 않아도 자연은 계절이 바뀌었다고 알리며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두서없이 곁눈질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기다려주지 않는 삼월이가 야속도 하다. 우리 집 마당에 올해는 벚꽃이 많이 피었다. 작년까지는 해풍으로 인해 꽃보다 순이 먼저 돋아나는 기이한 풍경을 보았다. 올겨울에 바람이 몹시 불때 가끔씩 나무에 물을 뿌려 주곤 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 찾아들 것 같아 설렌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어쩐지 나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