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열매

by 옥희

얼마 전 제주 월령리로 가는 도로변에 손바닥선인장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요즘 아침마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기분이 최고다. 그날따라 휴대폰을 집에 놓고 와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놓지 못해서 아쉬웠다.

선인장은 종류마다 꽃이 매우 다양하고 아름답다. 다만 가시가 빼곡하여 쉽게 만질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가시가 예리하고 날카로워서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월령리로 가는 길에 미처 지지 못한 꽃송이가 눈에 띄었다. 손바닥선인장 꽃이 한창 피었을 때는 유채꽃과는 또 다른 연한 노란색을 물들인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는 것 같았다. 꽃이 졌으니 얼마 후에는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백년초를 보게 될 것이라 미리 그려졌다.


꽃은 언제나 아름답다.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늦여름에 피는 꽃 등 셀 수가 없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백일 붉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봄부터 매일같이 아름답다 했던 꽃들이 한 계절 온전하게 화려한 자태로 서 있지는 않았다. 눈송이처럼 날리던 벚꽃이 사라지고 철쭉이며 수국이며 온갖 꽃들이 서열 따라 피고는 졌다. 지금은 담벼락 따라 붉은 능소화가 하늘을 배경 삼아 화려하게 피었다.

대부분의 꽃은 지고 나면 씨앗을 날리든가 열매가 열리든가 결실을 보게 된다. 그러니 꽃이 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나 열매를 맺기 위해 지는 것이므로 다음 해 이맘때를 기약할 수가 있다. 이 계절이 지나고 내년이 되면 이 아름다운 장관을 다시 볼 수 있겠지만 사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가 없는 것이라서 지금 이 순간 나도 꽃처럼 최선을 다해 피었다 지고 싶다.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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