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폭우가 지나간 후

by 옥희


간밤에 하늘이 터진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폭우가 내렸다. 깊은 밤에 오로지 쏟아지는 빗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밖에 내다보고 싶어도 무서워서 꼼짝 않고 있었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녘에 창문을 열었다. 비는 한꺼번에 몰려와서 건물 지붕에 쏟아지면서 기관총을 다량 쏘아대는 소리를 내었다. 마당에는 지대가 낮은 쪽으로 길을 내어 주체할 수 없는 빗물이 도랑물처럼 흘렀다.


아침이 되었다. 빗줄기는 힘 떨어진 부슬비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오늘 장사는 글렀구나 생각하며 가게로 가서 주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가게 안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했다.


장사는 날씨에 상당히 민감하다. 메밀국수를 팔아야 하는 우리 집은 맑은 날이어야 안심이 된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가 길디는 예보도 있고 비는 자주 내리는 것 같아 염려스러운 마음이 스며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집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영업자들이 갖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져보았다. 그럼에도 매일이 똑같은 날은 아니어서 오늘도 기대를 가지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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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활짝 핀 꽃들이 실신하여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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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만 비춰준다면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보았다. 바닥에 드러누워 일어서지 못하는 데이지는 하얗게 하늘거리고 꽃송이가 무겁다고 고개 숙인 수국도 다시 위풍당당 일어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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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이라는 꽃도 10여 일 만에 이러한 고난을 겪는데 꽃길만 밟기를 바라는 인생이라면 큰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밟은 이곳이 울퉁불퉁 자갈길이라 하여도 발바닥에 군살이 박일 수록 더 높이 뛰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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