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흔적

화무십일홍

by 옥희


하얀 눈송이 같은 벚꽃이 바람결에 하늘을 날리다 갔다. 하늘을 나는 가벼움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꽃이 피었던 자리는 더워가는 계절을 위해 초록빛 나뭇 잎이 무성하게 그늘을 만들었다. 먼바다를 향해 노란 물감을 채색했던 유채밭의 유채꽃도 가고 작년에 심어 뿌리를 내린 철쭉꽃도 분홍빛을 잠깐 동안 보여주고는 소리 없이 갔다. 마당 언저리에 보랏빛으로 핀 제비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순간부터 제비꽃은 잡초에서 제외해 내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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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낮 달맞이꽃이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밝게 해주고 있다. 우리 집 마당에 붉은 백합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옆에 영산홍이 비교할 수 없다고 무더기로 피었다. 키 자란 수국은 범접할 수 없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가지마다 커다란 꽃송이를 품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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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게 피었다가 져버린 꽃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시간이 분명 있었다. 벌써 저버린 꽃들과 나중에 피는 꽃들로 인해 계절이 변해가고 있음을 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고 한다. 꽃이 피어야 10일을 넘기지 못함을 빗댐이다. 아침이면 붉은색을 띠거나 흰색 노란색으로 인사하는 꽃을 바라보노라면 10일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하루 이틀 후에는 선명했던 색상이 원래의 품위를 잃어가고 있음을 애써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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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는 장마를 예보했다. 물먹은 꽃들의 참담한 모습을 아프게 바라봐야 한다. 화려한 꽃들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잘 차려입은 황후가 된 것 같은 호사를 누렸다. 잠시의 인연으로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었으니 나도 답례가 있어야겠다. 너희들이 비록 시들고 볼품없이 변한다 해도, 내년에 수려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너의 자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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