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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Jun 26. 2024

미소라멘 너무 좋아

다이어트는 무슨 돼지가 도 ㅐ ㅈ ㅑ

구글맵을 통해 맛집을 검색했다.

그런데 구글맵에 아예 맛집/식당으로 검색이 되는 게 아니라 라멘집은 따로 라멘이라도 뜨는 것이다.

그것을 보니 라멘이 너무 궁금해졌다. 면음식을 별로 선호하지는 않아서 갈등을 좀 했다. 그러나 라멘집들이 별점도 놓고 후기도 많았다.

후기에 들어가면 국물이 아주 진하고 후회 없는 맛이라는 내용과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들렸는데 맛있게 먹어서 다시 방문했다는 내용도 보였다.

여행 가서 같은 음식을 두 번 먹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이 라멘집 정말 맛있는 곳이구나 이곳은 꼭 가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자마자 배에서 꼬르륵하고 소리가 났다.

지체 없이 라멘집을 향했다.

구글맵에 나오는 위치가 공사 중이라 라멘집을 찾는데 길을 헤매었다. 사진을 보며 같은 곳을 20분 정도 빙빙 두르며 해 매던 중 간판사진과 비슷한 한자 미니간판이 보였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외식하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주춤하게 되었다. 일단 한 발짝 물러서서 사람들이 음식을 어떻게 주문하는지 살펴보았다.

결제는 자판기에서 현금으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동전까지 살뜰하게 챙겨 지출예상금액 1800엔을 집어 들었다. 라멘집은 자판기로 티켓을 구매한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배정받고 음식을 받는 방식이다. 자판기에서 티켓을 사야 하는데 메뉴에 사진이 아니라 글로 되어있어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직원에게 헬프를 요청했다. 번역기로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쓴 후 슬쩍 내밀었다. 상냥하고 부지런한 일본직원은 일본어로 메뉴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슬펐다. 일본어로 말하니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고 싶어서"베스또와?"하고 물어봤다. 베스트도 세 개나 골라주셔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서 베스트 중에 제일 비싼 녀석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건 돼지고기미소라면!

서비스로 공깃밥도 한 공기 주셨다. 다 먹을 수 있냐는 듯 물어보셨는데 암요 암요 ~~~

1인석 자리는 조리대 앞쪽 바 형태로 나와있었는데 짐을 두는 바구니도 있고 냅킨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게 있는데 일본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한 냅킨을 식탁에 두면 안 된다고 한다. 냅킨 사용 후 산더미처럼 쌓아두었었는데 그 냅킨은 근처에 있는 휴지통에 버리는 게 매너라고 한다. 내 냅킨을 보고 그들이 기분 나쁘지 않았길..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왔다.

일단 단출하게 라멘만 나와서 살짝 아쉬웠다. 곁들일 반찬이 있으면 좋겠는데 뿌리는 고춧가루, 후추 말고는 추가 반찬 같은 건 없었다. 집밥 만들기는 참 쉽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국식 식탁에 길들여진 나는 한 가지 맛으로만 채우니 나중에는 음식이 살짝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사람들이 양이 작은 이유도 이 방법 때문일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나만의 추론을 통해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 라멘집은 맛집이 맞다.

일본에서 별점 높은 라멘집을 총 3회 갔고 그중에 제일 내 입맛에 맞았다.

일단 국물이 아주 진하다

미소국물이 아주 진해서 마치 끈끈한 느낌이 들 정도다(점성이 높지 않은데 맛이 그렇게 느껴진다)

면발이 탱글탱글 하다

일본라멘의 면발은 마치 영원히 뿔지 않을 것 같은 코팅 면발이다. 씹을 때도 면발을 눌려 그 안쪽에 스며든 국물까지 깨 먹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국물대비 면을 많이 준다. 면이 그릇 가득이다. 나는 국물파이 기는 한데 국물이 진하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접시가 컸다면 물 넣고 먹었을 텐데 일보는 냉수 아니고 보리차 같은 물을 줘서 물에 타먹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맛있었다.

돼지고기미소라멘

그리고 돼지고기 미소라멘을 먹었는데 일본에서 먹은 고기들이 대부분 고기잡내제거처리 없이 고기향이 남아있었다. 이걸 된장으로 궁합을 맞춘 것 같다. 여태껏 고기에서 냄새가 나면 고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게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일본은 고기냄새를 없애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보였다.

돼지고기 향이 가득한 국물진한 라멘

나의 일본음식 첫 경험이다.


향에 예민하다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지역을 품은 음식을 찾고 있었다면 단연 돼지고기라면을 강력추천한다.

버터미소라멘

나중에 버터(?) 라멘도 다른 맛집을 찾아가서 먹었는데 요즘 일본이 음식에 버터를 먹는 게 유행이라 젊은 감성이라고 한다. 이것도 매콤하고 맛있긴 했는데 일단 공깃밥 서비스도 없고 너무 진한 국물을 경험해서 그런지 순도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맛집을 성공해 버린 불상사다. 한동안 나는 라멘을 먹을 때 불만족을 깔고 가야 하는 것이다. 한번 좋은 경험은 너무 짜릿하지만 그 이상이 나올 때까지 불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좋은 걸 먹어버려서 그때 먹을 때는 감사함을 모르고 원래 이런 거구나 해버려서 그것마저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아마 재방문을 했던 사람들 지금의 나와 같은 스토리이지 않을까? 가장 라멘다운건 역시 돼지고기라멘, 삿포로 이 집에서 먹어야 한다. 저는 여기 두 번 갔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려보세요 현지인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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