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직장동료들과 포항출장에 가서 쏘카로 차량을 렌트해 반나절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당시 내가 여행을 계획했었기 때문에 쏘카가입과 면허인증이 되어있었다. 로그인을 하면 바로 접속이 되고 면허등록도 되어있으니 이런 사단이 생길거라고 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부산에 업무차 방문하게 되면서, 그 전날 하루를 내어 운전연습을 하며 드라이브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했다.
부산지역은 운전이 복잡하고 험하기로 유명해서 비교적 도로가 새로 정비되어있는 해운대구 위주로 동선을 정했다. 해운대역에서 차량을 빌리고 드라이브를 하고 반납하고 그곳에서 자겠다가 내 계획이었다.
마지막 연수가 끝나고 나만의 드라이브여행을 위해 남부터미널에서 해운대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첫차로 탔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멋지게 해변가를 운전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피곤한지 모르고 새벽이 되자마자 눈이 뜨였다. 요즘은 기차와 비행기가 차편이 많아서 그런지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 혼자 태우고 떠나는 버스는 넓고 쾌적했다.
푹 자고 나니 오전7시20분에 출발했던 버스는 12시이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이 사라졌는지 장산역에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이때부터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 해운대역에서 렌트를 해야 숙소와 쏘카존과 전철역이 모두 가까워 가장 좋은동선이라 미리 예약해두었는데 내가 장산역에 떨어질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덥지만 20분가량 동네를 구경하면서 걸어서 한 정거장을 이동했다. 신도시 풍경을 구경하면서 마음속으로 운전방법을 되네이며 가다보니 금새 도착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마실 디카페인아이스아메리카노큰거 하나 구매하고 쏘카차량주차위치를 확인하는데 갑자기 면혀 인증을 하라는 문구가 떴다. 요즘 신분증인증을 항상 모바일신분증으로 하다보니(몇차례인증이 안되어 애먹었던적 있음) 당연히 모바일 신분증으로 인증이 될 줄 알고 인증하기를 눌렀는데 이게웬일 모바일면허증인증이 안되는 것이다. 쏘카에서 모바일신분증인증이 안되다니 너무 충격적이지 않는가?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고객센터와 연결을 시도했다. 쳇봇상담에 들어가니 모바일신분증을 다른 카메라로 찍어 그 카메라로 다시 찍어서 인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혼자 떠나온 이 여행지에서 나의 신분증을 누구휴대폰에 찍어서 인증하라니 ㅠㅠ 말도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드라이브는 커녕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조차 막막했다.
새벽부터 시간맞추기위해 설잠자며 보낸 시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 커피도 원래 따뜻한것만 먹는데 축축하게 컵홀더가 젖은 아아를 들고 가면서 더 마음이 서러워졌다.
일단 해운대 바닷가를 보며 머리를 식히자는 생각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해운대 백사장을 향했다.
날도 우중충하고 한적해 마음이 더 우울해져졌다.
그런데 파도도 예쁘고 뷰도 예쁘고 달맞이길도 가고싶고 센텀도 가고싶어졌다.몸에 에너지가 발전소처럼 돌기 시작했다. 들고있던 짐들을 재정비 하고 복잡한생각을 행동으로 꺼내들었다.
오후 12시 30분
남은 24시간을 이렇게 보낼수 없다.
바로 부산개금에서 장사를 하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자다 깬 목소리였다.
기운아, 지금 매장이야?
응 매장이야
응 나 갈게
해운대올리브영에서 간만에 만나는 동생 필요하다는 맨즈기초제품을 몇개 구매하고 해운대지하철역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