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운전연습을 쏘카로 진행하고 있다. 차량을 렌트할 때 전체 보험도 같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력을 갖출 때까지 부담 없이 연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번호판에 허짜가 박혀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숙함도 도로 위에서 이해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내가 주로 쏘카하는 차량은 경차인데 모닝, 레이, 캐스퍼이다. 쏘카차량은 선팅이 잘 안 되어있어 앞에서 운전 중 내가 당황해하고 있다면 바깥사람들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모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스타일의 나로서는
운전 중에도 나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제3의 깜빡이 같은 장치이기도 하다.
처음 레이차량을 렌트했을 때 기어변속 D가 1,2,3, 단계로 구성된걸 잘 몰라 3단계로 설정하고 운전을 했다가 속도가 안 나오고 자꾸 튕기는 현상이 생겨 고생했었다.
그날은 원래 계획보다 운전을 빨리 마무리하고 숙소에 들어가 기절하듯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캐스퍼를 렌트해서 운전연습을 했는데 풋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것을 풀지 않아 경고등을 울리며 저속운전으로 도로에 나가야 했다.
남자친구에게 물어봐도 남자 친구차량은 전부 자동화라 이런 경고등이 없어 어떤 상태인지 모르게 다고 했다. 결국 구석에 차량을 세워두고 풋 브레이크를 풀어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일단 이 경험을 통해 풋 브레이크는 잠겨있다면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집 근처에서 늘 내가 렌트해 오던 모닝쏘카차량이 그전에 렌트를 했을 때에는 그런 삐-삐- 소리가 울리지 않았는데 속도도 안 나오고 브레이크라는 등만 울리는 것이다. 한참을 찾아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초보운전자라 검색할 여유나 도로중간에 잠시 세울 곳도 찾지 못하고 쩔쩔맸다.
원래 브레이크를 밟으면 후면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 상황도 다른 사람들이 도로 위에 나를 보고 얼마나 답답해할지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나중에 확인하니 사이드브레이크는 따로 등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삐삐 소리가 너무 커서 도로도 잘못 타고 길도 꼬여버려 정신이 혼미해졌다. 진땀이 나고 시야가 좁아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라는 말만 입에서 절로 나왔다.
그러던 중 신호 받은 중간에 옆에 길쭉하게 나온 봉을 발견했다. 버스나 큰 차에서 보던 사이드 브레이크,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제2의 브레이크를 발견한 것이다.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길쭉한 사이드브레이크봉을 힘차게 내렸다. 내려간다. 불이 꺼졌다. 속도가 난다. 해결했다.
까마득했던 하나의 사태를 마무리하고 녹초가 된 나는 그날의 진짜 드라이브를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다.
스타트지점에서 너무 힘을 뺀 터인지, 나머지 운전은 그럭저럭 별일 없이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주었다.
전반적으로 운전실력은 어느 정도 늘었는데 도로에서 생기는 변수나 경험해보지 못한 도로, 신호를 보면 너무 당황해서 뇌정지가 오는 것이 아직 부족한 점이다.
도로상황과 순발력, 운전실력이 모두 갖춰질 때까지 긴장끈을 놓을 수 없는 초보운전자의 운전일지.
이론서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신호와 신호가 없는 좌회전하는 방법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 어려운 부분이다. 주차는 요즘 후방카메라가 잘 나온 편이라 그나마 카메라와 자동차의 공간감을 익히니 어느 순간 갑자기 늘었다.
갑자기 애먹었던 주차실력이 늘자 나는 또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운전, 드라이브도 몸 감각으로 하는 운동이다.
위험천만한 도로 위에서 아직까지 사고 없이 천천히 잘 배워나가고 있는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실력이 늘어 내 자동차를 타고 이곳저곳 맛집과 뷰를 즐기는 멋진 드라이버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