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났나 보다'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른이 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언젠가 모르게 새겨진 삭막한 감정이 사랑스러움 가득한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를 보면서 그 삭막함에 단비가 내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매일 사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이에게 사랑스러움, 웃음, 귀여움, 이쁨, 이런 모습뿐 아니라 짜증, 징징거림, 똥고집, 껌딱지모드 등등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마 실제 아이를 직. 접 양육한 양육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육아를 책이나 영상으로만 공부했거나 친구의 아이나 친조카와 놀아주는 것으로 잠시 경험해 본 게 전부인 초보양육자들이 첫아이를 출산하고 아이의 24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면서 쉽지 않은 육아의 현실을 몸소 겪게 될 것이다.
몸속에 알람시계가 있는 거처럼 정확하게 3시간에 한 번씩 깨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육아서에서 본 '먹놀잠'을 지키기 위해 아이에게 맞는 육아템으로 놀리고 다시 재우고. 를 무한반복하다 보면 주양육자는 자신의 정신과 체력이 갈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주양육자를 갈아 넣는 것이다.
주양육자가 아직 몸조리가 끝나지 않은 엄마라면 어느 순간 자신을 갈아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필자 역시 아이를 양육하면서 '나를 갈아 넣는다'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누워서 자려하지 않는 아이를 안고 밤새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밤을 지새우고, 아이를 안고 집안을 계속 걸어 다니고 아이를 재우기 위해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의미 없는 산책을 반복하면서 아직 몸조리가 끝나지 않은 몸이 먼저 망가졌다. 그리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그 피폐한 상태로 아이를 보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가 더 이상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무능한 양육자로 느껴졌다.
아마 필자의 경험을 대부분의 양육자들 역시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의 사랑스럽고 천사 같은 모습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의 울고 칭얼거리는 모습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다면 아마 양육자의 육아스트레스는 이미 극에 달해 양육자도 모르게 육아우울증을 겪는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육아우울증
아이를 양육하면 누구나 아니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양육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을 수도 있고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깊이와 정도의 차이일 뿐 모든 양육자들이 육아스트레스와 육아우울증을 경험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