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했던 것은 동정
또 어쩌면
우리가 느꼈던 것은 연민
순간 사랑이라고 확신하다가도
마음이 찌르르 울려오면
곧 이것은 사랑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불쌍한 이들에겐 사치라느니 하는 말들
그러니 우리는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는데
특별하다고 믿을 만큼 특별한 일이 일어난 적도
경이롭다고 느낄 만큼 경이로운 순간도
없었음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작은 위로와 또 더 작은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짧은 새에도
사랑 그 비슷한 것을 엿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두 손을 잡고선
한 밤을 꼬박 새도록
말을 하고 듣고
눈을 맞추고 입을 맞대었던 까닭은
당신이
혹은 내가
너무도 불쌍해서였을까
마지막까지 아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도
울면 정말로 불쌍한 사람이 된다던 당신의 말이 무색할 만큼
그토록 불쌍한 사람,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