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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다 Feb 20. 2024

1년에 벤츠를 두 번 산 여자

한 걸음 멈추어서 바라보니

한 걸음 멈추어서 바라보니   

1년에 벤츠를 두 번 산 여자     

자동차를 좋아하면 당신의 드림카는 무엇인가? 내 드림카는 벤츠였다. 나는 꿈꾸던 벤츠를 1년에 두 번 산 적 있다. 만약, 당신이 벤츠를 1년에 두 번 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만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1년에 벤츠를 두 번 산 기억은 좋지 않았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     

이모가 맛있게 만든 김장 김치를 받은 후 벤츠를 신나게 몰며 구리암사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갑자기 대교 끝 지점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핸들이 가슴에 부딪혔고, 순간 숨이 막혔다. 그 순간 ‘아, 이대로 죽는 건가? 우리 아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어 ‘아직 아들에게 못 해준 게 많은데… 미안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신을 차린 후 사고를 인지했다. 뒷유리가 깨진 벤츠 차량은 운전석을 빼고, 유리 파편이 사방에 퍼졌다. 하나님이 나를 보호해 준 것 같다. 

벤츠 차는 사고 나면 자동으로 ‘Me' 프로그램을 통해 전화가 온다. 벤츠 직원이 사고 여부와 함께 위치를 물었다. 나는 너무 놀라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직원이 위성으로 사고 지점을 잡아 119를 불렀다. 5분 후 119 구급대원이 왔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아픈 곳을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새로 산 지 한 달 도 안 된 벤츠가 완전히 찌그러졌다. 남편이 결혼 11년 만에 사준 벤츠였고, 인기 모델이라 6개월 동안 기다림 끝에 받은 차라 더 속상하고 화가 났다.      

현재 몸은 완전히 회복했다. 사고당한 차는 폐차했고, 큰맘 먹고 새 벤츠를 샀다. 1년에 벤츠를 두 번 샀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차 사고 후 운전이 너무 두려웠다. 특히, 사고 난 저녁 9시만 되면 심장이 쿵쿵거렸다. 한동안 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닐 정도였다. 

사고 트라우마는 오래가지 않았다. 내 의지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으로 좌절하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이겨내자. 이까짓 두려움, 무서움, 극복하자”라고 결심했다.

내가 운전해야 하는 이유는 아들이다. 아들을 편하게 자동차로 데리러 다니고 싶었다. 나는 사고 6개월 후 새로운 벤츠를 운전했다. 이번에는 신부님께 차 축성도 받았다. 덕분에 지금도 사고 없이 잘 다니고 있다. 차 사고로 시간과 돈을 잃었지만, 얻은 점도 있다. 두려움 극복해야 성장할 수 있으며, 남편과 아들을 너무 사랑한 것을 알았다.      

한 걸음 멈추어서 바라보니     

아들이 엄마가 없으니,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친정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그 순간 마음이 아팠다. 퇴원 후 집에 오니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너무 반겨줬고, 아직도 그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현재 우리 아들은 사춘기인 중학교 1학년이다. 지난해까지 정말 순둥순둥한 아들이지만, 키가 많이 커지면서 말투와 행동이 우리 아들이 맞는지 믿지 않을 정도다. 아들이 어린 시절 잘못하면 인정하고 내 품에 안겼는데, 요즘 마치 ‘미친 황소’ 같다는 생각과 함께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낄 정도다. 그럴 때마다 사고 당시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위로한다. 아들의 미친 황소 같은 말과 행동을 너그러이 받아 주려는 다짐도 한다.     

 엄마라는 직업이 이리도 무거웠던가.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일단 푹 쉰 후 실행했다. 행동으로 실천하니 미친 황소 같은 아들의 말과 행동을 겪을 때 심하게 울렁거리지 않았다. 비록, 미친 황소로 표현했으나 아직 우리 아들은 너무 심한 사춘기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순종적이었던 아들이 생각 나서다.      

나는 사고 덕분에 아들을 매우 사랑한 엄마였던 걸 다시 깨달았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아들과 모진 말을 하며 싸우고 미워했을 것이다. 스스로 한 걸음 멈추어 아들을 보니, 사춘기 아들 마음 80% 이해된다. 

사고는 나에게 많은 걸 잃게 했지만,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여러분도 가족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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