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린 Jul 30. 2024

비상! 비상! 비듬이다!

feat. 식중독

순금이와 산 후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몸이 참 솔직하다는 거다. 순금이는 한 끼만 잘못 먹어도 설사를 하고, 영양제만 며칠 꼬박꼬박 먹이면 모질이 좋아진다. 물론 순금이가 3킬로그램뿐이 안 나갈 정도로 몸이 작고, 육식동물이라 장이 짧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가 진리인가 보다. 하루이틀만 방심해도 탈이 날지 모르니, 고양이 한 마리라 할지라도 손이 많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순금이에게 비듬이 생긴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비듬이 좀 나와 열심히 관리했던 게 떠올랐다. 고양이 관리의 시작은 빗질이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열심히 한다지만 순금이는 잦은 미용의 후유증으로 그루밍에 소홀한 편이다(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래서 빗질을 열심히 해 주어야 하는데 요즘 설렁설렁한 탓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오메가3 미복용도 한몫했을 거 같다. 전에는 습식 사료에 넣어 주면 꼴깍 삼키던 순금이가 한 달 전부터 약만 남긴 채 사료를 먹었다.


비듬이 발견된 후 약 일주일 동안 열심히 관리했다. 가진 빗을 다 꺼내 온몸을 아침저녁으로 벅벅 빗기는 건 물론, 오메가3은 그냥 사료 안에 넣지 않고 내가 입 안에 직접 넣어 주고 있다. 이제 비듬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내가 식중독에 걸린 탓이었다. 추정컨대 오이 때문이다. 나는 오이를 좋아한다. 여름만 되면 1일 1오이 먹기를 하는데 날 탈 나게 만든 건 미니 오이였다. 좀 물렀지만 괜찮겠지 하고 먹었다. 속 쓰림부터 시작하더니 배탈이 단단히 나 버렸다. 결국 회사도 못 가고 병원 가서 링거액까지 맞아야 했다.


사실 순금이의 비듬이나 내 식중독은 조금만 신경 쓰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빗질 좀 열심히 하고, 무른 오이는 그냥 버리면 됐다. 이 모든 일은 정말 아주 사소한 실수에 의한 거였다. 그러고 보면 사는 게 다 이런 거 같다. 아주 사소한 일들이 쌓여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 커다란 걸 잃을 수도 있다.


사람으로 사는 게, 아니 어쩌면 그냥 생명으로 태어난 자체가 어찌 보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하는 생각은 이거다. 좀 이상한 결론 일 수 있지만, 그냥 오늘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말, 이 모든 걸 미루지 말고 당장 하자.

“옷장 탐방 못 참는다옹!“
작가의 이전글 캣휠, 살까? 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