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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Aug 19. 2024

우리 집 아침 7시 풍경

잊지 말자, “사랑해!”

출근 전, 아침 7시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순금이 관리이다. 1년 반 동안 매일 해 온 루틴이다 보니 내가 동물용 물티슈를 한 장 뽑고, 빗을 들면 순금이가 알아서 나를 앞질러 좌식 소파로 간다.


내가 착석하면 순금이는 내 허벅지로 바로 올라탄다. 그러면 이제 관리의 시작이다. 먼저 눈곱을 떼 주고, 입 주변도 닦아 준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귀청소도 한다. 그러고 나면 빗질과 마사지 시작이다. 이 과정은 총 10분 정도 걸린다. 물론 온전한 10분은 아니다. 순금이가 캣휠을 잠깐 타고 오기도 하고, 나도 휴대전화 보며 딴짓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10분 동안, 말도 참 많이 한다. 여러 당부의 말을 하지만, 두어 달 전부터 빼먹지 않게 하는 말은 바로 “사랑해”이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이 익숙하지 않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에게 자주 듣고 자랐지만, 희한하게도 내가 말하는 건 부끄럽기만 하다.

순금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인지 인스타에서 본 숏츠의 영향이 크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고양이의 심박수가 올라갔다고 한다(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무튼 고양이가 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의미의 영상이었다.


말이란 게 참 신기하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후로 순금이가 더 사랑스럽다. 원래도 예뻤지만, 이제는 밥을 다 흘리고 먹어도 예쁘고, 침대를 스크래처처럼 긁어 대도 예쁠 지경이다.


요즘 회사가 좀 힘들다. 일은 일일 뿐이지만, 사람이 힘들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꾸 가시 같은 말을 내뱉는다. 내 가시에 찔린 사람은 아마 더 힘들 거다. 오늘은 억지로라도 좋은 말을 해 봐야지... 어쨌든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예쁜 말만 하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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