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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n 18. 2024

우리가 서먹한 날

마법의 주문: 코 뽀뽀

항상 딱 붙어 있는 순금이와 나도 둘 중 하나가 화가 나면 서먹해져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곤 한다.


순금이는 심장사상충 약을 바르느라 넥카라를 씌었을 때(매월 1일), 무조건 화를 낸다. 넥카라를 하고 있는 2~3시간 동안은 아무리 불러도 근처에도 오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다.


나의 경우, 새벽에 순금이가 온 집 안을 누비며 울어 대서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순금이는 랜덤으로 새벽 1시~5시 사이 큰 소리로 울며 뛰어다닌다. 며칠 연속으로 4시 전에 잠에서 깨면 피곤함에 순금이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낸다.


화해는 쉽다. 우리에겐 화해의 주문이 있다. 내가 근처에 가서 손끝만 뻗으면 순금이는 코 뽀뽀를 한다. 그 후엔 순금이가 평소처럼 변한다. 나도 화를 내다가도 순금이가 옆에서 “야옹” 하고 애처롭게 울면 웃음이 터져 버린다.


사람 사이에도 이런 주문이 있으면 좋겠다. 손끝 하나만 뻗어도 마음이 오가고, 미안하단 말을 굳이 하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속상함을 이해할 수 있는 주문. 그런 게 있었다면 사소한 오해로 잃은 친구도, 말실수로 헤어진 연인도, 퇴사 후 자연스레 멀어진 전 직장 동료도 아직 내 곁에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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