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싱크대 오르기
순금이는 궁금한 게 참 많은 고양이다. 집에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냄새를 맡고, 앞발로 긁어 봐야 하며, 엄마가 먹는 음식의 냄새도 꼭 맡아 봐야 한다. 온 집 안을 하루에 수차례 순찰해야 하는 건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이다.
그런 순금이에게도 못 가는 곳이 있다. 베란다(청소를 완벽하게 하기 힘들어 금지), 화장실(샤워 커튼은 지켜야 한다), 싱크대 위(높이 92센티미터로, 먼치킨인 순금이가 스스로 오를 수 없었다) 이렇게 세 곳이다. 이 중 베란다와 화장실은 순금이가 돌발로 들어간 적이 있다. 베란다는 내가 한눈파는 사이 세 차례나 들어갔다가 바로 나에게 잡혀 나왔고, 화장실은 설치된 방묘문이 덜 닫힌 바람에 순금이가 밀고 들어갔었다(정말 똑똑한 고양이다).
물론 두 곳도 다시 가고 싶어 그 앞에서 소리쳐 날 부르긴 하지만, 싱크대 위는 순금이에게 미지의 공간이었다. 엄마가 매일 두 번씩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를 하는데 보지 못하니 답답한 심경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순금이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뒷발로 힘껏 점프해 싱크대 끝을 잡으려는 순금이의 도전! 처음 싱크대 끝에 매달리기에 성공했을 때는 내가 마침 설거지 중이었다. 절대 못 잡을 줄 알았는데 냥생 1년 반 만에 성공한 것이다. 나는 얼른 고무장갑을 벗어 버리고 순금이의 앞발을 떼어냈다. 순금이가 “냥!” 하고 화를 냈지만, 나는 혹여 부엌을 물바다로 만들거나 그릇을 깰까 하는 노파심에 막아야 했다.
며칠 뒤 새벽, 순금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한두 번 울면 그냥 다시 자곤 하는데 끊임없는 부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어둠에 눈을 적응한 후 문 밖을 나가자마자 마주친 건 싱크대 위의 순금이었다. 순금이가 싱크대 오르기에 성공한 것이다! 삼십 분 가량 싱크대를 돌아다니고 싱크볼에도 들어갔다 나오고, 상부장에 앞발도 뻗어 보고....
순금이의 싱크대 오르기는 거의 1년 간의 도전 끝에 성공하게 된 거였다. 순금이의 성공을 보고,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운동과 식단으로 환골탈태한 한 연예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운동과 식단을 아무리 해도 몸이 많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그만큼 열심히 한 게 아니라는 말.
나는 웨이트와 필라테스를 꽤 오랫동안 해 왔다. 그것도 꾸준히, 꽤 자주 말이다. 처음과 비교하면 실력이 많이 늘긴 했지만 절대로 안 느는 동작이 몇 개 있다. 오늘도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힘이 빠진 것 같은 느낌에, 남들은 끝까지 해낸 동작을 하다 말고 발라당 누워 버렸다. 나에겐 도저히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깨닫고 말았다. “나는 오늘도 간절하게 살지 않았구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