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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n 24. 2024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단 하나

잊지 말자, 문단속

나는 ‘소중한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아끼는 것도 싫고,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것도 싫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되도록 비싼 물건은 사지 않으려 하고, 소중한 존재를 만드는 것도 피해 왔다.


지금 할 이야기는 한두 달 전 주말에 있던 일이다. 주말 아침 헬스장에 갔다가 카페 가서 커피까지 마시고 슬슬 배가 고파져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3시간 만의 귀가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걸어가는데 어떤 집이 문이 열린 것이 보였다. 왜 문을 열어 놨지? 하며 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제 우리 집 앞에 도착할 쯤이었고, 손잡이도 익숙했다.


그렇다! 우리 집 문이 열려 있던 거였다. 알고 보니 문 부착 우산 걸이에서 자석이 떨어져 우산을 벽에 기대 놨는데, 문이 우산 끝에 걸려 덜 닫힌 거였다. 닫히지 않은 문을 보고 가장 먼저 든 걱정은....


‘순금이! 혹시 나가진 않았겠지?’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도 중문은 닫혀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혹시 누가 들어와 중문을 열어 봤고, 그 틈에 순금이가 나갔음 어쩌지? 순금이가 직접 열고 나왔음 어쩌지 등등. 허겁지겁 중문을 열어 순금이를 불렀다.


“순금이! 울 아가 어딨어? 박순금!”


그러자 곧 “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실에서 자고 있던 순금이가 내 소리에 뛰어나온 것이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순금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 난 스스로를 질책했다. 왜 문이 잠긴 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까? 왜 우산을 제대로 놓지 않았을까? 나는 그날 다른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는 확인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우산 걸이를 새로 샀으며, 그 후로 외출할 때 문이 잠겼는지 꼭 확인하고 다닌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몸이 약한 편이라 종종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엉엉 울며 엄마가 죽을까 봐 걱정했었다. 종교도 없는 내가 엄마가 오래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엄마가 잘 때면 숨을 쉬나 코 밑에 손을 대 보던 수많은 날이 있었다. 이미 이십 년도 더 지난 이야기였는데, 새로 생긴 나의 가족이 너무 작고, 연약하고, 소중해서 나를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만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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