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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Dec 10. 2023

#8. 만약 참고 같이 산다면

다잡아도 또 흔들리는 마음

조정이혼과 합의이혼에 대해 고민을 하다 일단 내가 알아본 변호사 말고 다른 변호사들의 여러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대학교 때부터 친구 두 명이 있는 단톡방에 앞뒤 상황 설명 없이 혹시 아는 이혼전문변호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바로 전화가 온 친구.

차분히 얘기하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에 조정이혼이냐 합의이혼이냐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결정해야 하는 게 너무 벅차 친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친구는 차분히 내 얘기를 들어주며 달래주었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많이 했고 절대 이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해주었다. 그리고 제일 기억 남는 말은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걸 지지해”였다.


사실 조정이혼, 합의이혼 두 가지 선택지 만에서 고민한 건 아니다. 마지막 하나의 옵션인 참고 사는 거였다.

이 옵션은 그에게 말을 한 날 외로움의 무서움이 닥쳤을 때도 고민했던 옵션이었고 그때 겨우 마음을 잡고 헤어짐을 선택했는데 이렇게 조정이든 합의든 더 이상 앞으로 나갈 힘이 없는 나에게 참고 사는 건 당장 에너지는 덜 쓰는 거니 다시 그 옵션이 선택지로 들어왔다.


그를 내 보낸 날 침대에 누워 울면서 내가 만약 참고 다시 산다면?을 떠올렸을 때 그 선택을 함으로써 따라오는 힘듦을 내 친한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한다는 것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였다.


이성으로는 헤어짐이 맞는 것, 옳은 답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만약에 내가 이런 틀린 결정을 하게 되면 내 주변사람들이 과연 나를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선택한 힘들길을 겪는 것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을까 싶었다.


지팔지꼰 아니면 마치 맨날 남자친구와 싸우고 친구들에게 힘듦을 털어놓으면서 헤어진 다해놓고 오랜만에 연락하면 다시 만나고 있는 답정너 스타일의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처음에는 힘듦에 대해 들어주다 어차피 네가 선택한 거였잖아 라는 따끔한 충고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외로움과 지침에 못 이겨 한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 나의 주변에 많지 않지만 정말 나를 아껴주는 많은 사람들을 잃는구나 생각했기에 헤어짐을 선택했었다.


그래서 친구가 말한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편이다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그 친구와의 울분과 슬픔이 가득 찬, 그리고 위로가 함께 했던 전화통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있다 합의든 조정이든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요구사항이 있는 합의서를 작성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그에게 보여줬을 때 그에 반응에 따라 어떻게 할지 선택하면 되는 거고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우선순위었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서 합의서에 들어갈 내용들을 정리해서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그러고 나서 나의 할 일은 빨리 정신과에 가는 것이었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오더라도 새벽에 깨는 상황이어서 어쩌면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을 견디려면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상담도 필요할 거 같아서 국가 지원으로 받을 수 있는 상담도 알아보았다.

정말 감정에 치이는 상황에 이성을 붙잡아 하나하나 해나가는데 내가 대단하다 생각이 들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딱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저녁에 전화가 온 그.

나는 반나절이상 고민한 그가 어떻게 나올까 떨렸다.

하지만 그가 말한 첫마디는 “어제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말을 못 했는데 그거 마사지야.. “였다.

힘이 빠졌다. 정신 차리고 다시 생각한 게 고작 저 말이라니.. 마사지는 뭐가 다른가?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본 증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면서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게 마사지라고 했다. 은어같이 사용한 것들에 대해서 내가 찾아보면 모를 거 같냐고 화도 냈다


실망했다 그에게. 내가 그래도 1년 반을 사귀고, 1년 반을 같이 살아오고 선택했던 사람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너무나 힘이 빠지고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헤어짐을 선택한 것에 대해 너무나 잘 생각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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