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회복을 하던 중 정말 아무렇지 않다가 여러 가지 감정으로 후폭풍들이 파도가 치듯 밀려왔다.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한 연재 날짜를 생각하며 브런치 어플을 켜려고 했지만 여러 후폭풍의 감정을 이겨내는 시기였고, 다시 그 끔찍한 고통을 생각해야 할 힘을 낼 수가 없어 결국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지금 7화까지 쓴 내용은 내가 3개월 전 겪었던 일 중 고작 3~4일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에 대해 쓴 건데 글 하나하나 쓸 때마다 쓰는 과정이 쉽지 않다.
다시 떠올리고, 다시 추스르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후폭풍들의 감정들이 올라와 그걸 헤쳐나가야 하는..
최근에는 정말 힘이 들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 사람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사람의 불행조차 바라는 것조차 생각을 못하게 될 정도로 에너지가 고갈이 되는구나 느꼈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소중하고 3개월 전 그런 고통 속에서 지금까지 스스로를 잘 지켜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너무 힘든 날엔 고통스러워하는 나 자신이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는 여기서 그만하는 게 나 스스로를 위한 제일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나에게 안부를 묻고, 얘기를 들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 덕분에 하루를 살아간다.
그걸 생각해 내서 살아내 가야 한다.
내가 그 사람의 밑바닥을 보고 정신이 없을 때 위로해 주고, 진심으로 같이 울어준 친구
걱정해 주며 어떤 위로의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하며 옆을 지켜준 친구
친구사이를 잃을 각오를 하고 소중하게 모은 돈을 빌려준 친구
이자는 필요 없고 돈을 다 갚는 그날 그동안 고생했던 나를 위해 파인다이닝, 오마카세로 축하하자며 말해준 친구
평소 잘 연락도 못했던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나 이런 얘기를 해도 자기 일처럼 화내주고 안아주는 친구
임신한 상태라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같이 화내주고 같이 울어주는 친구
워킹맘에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면 커피타임이라도 하자고 하는 친구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1시간도 안 되는 점심을 같이 먹으러 와준 친구
이혼했다고 했을 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잠시 생각하더니 잘했다는 친구
갑자기 손편지와 립스틱 선물을 주며 내가 얼마나 대단하게 잘 견디고 있는지 말해준 친구
이런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내야 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내가 무서워하고 무서운 존재인 외로움이 밀려올 때
이 사람들의 행동하나, 마음하나를 새기며 이겨내고 살아내야 한다.